"대출받아 산 서울 집에서 15년을 거주하며 아이들을 다 키웠어요.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하면서 집은 전세를 주고 서울 외곽에서 아내와 둘이 월세살이하고 있습니다. 이런 저도 투기꾼이라는 겁니까?" (서울 서대문구에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는 50대 A씨)
정부의 부동산 규제 칼날이 다주택자를 넘어 '비거주 1주택자'를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출범 직후부터 다주택자를 정조준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온 이재명 정부가 그간 규제에서 벗어나 있던 1주택자 중에서도 실거주하지 않는 이들을 겨냥했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는 1주택자마저 거주 여부에 따라 '투기꾼'으로 몰릴 위기에 처했다는 토로가 나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말 현재 거주하지 않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양지마을 금호1단지'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은 것은 시장에서 부동산 세금·금융 부담 손질 본격화의 신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 아파트는 이 대통령이 30년 가까이 보유해 온 곳으로, 김혜경 여사와 공동명의로 돼 있습니다.
그간 정치권 일각에서는 '비거주 1주택 규제'를 논의할 때마다 "대통령 역시 본인 집에 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됐습니다. 이 대통령은 임기를 마친 뒤 돌아가 살 수 있는 집임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일관성과 명분을 세우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거주 목적의 1주택 소유자지만 부동산시장 정상화 의지를 국민에게 몸소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분당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다"고 설명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의미심장한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이제 집을 가지고 있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손해라고 판단했다. 차라리 집을 판 자금으로 상장지수펀드(ETF) 등 금융 투자를 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의 정책 방향을 시사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지난 1월부터 비거주 1주택자를 겨냥한 세금 혜택 손질을 언급해왔습니다. 그는 지난 1월 23일 X(옛 트위터)에 "1주택도 1주택 나름"이라며 처음으로 '비거주 1주택'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다주택은 물론, 비거주 1주택도 주거용이 아니라 투자 투기용이라면 장기보유했다고 세금을 감면하는 것은 이상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난달 27일에는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다주택자는 물론, 주거용이 아닌 투자·투기용 1주택자도 보유보다 매각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겠다"고 했고, 지난 2일에는 싱가포르를 방문한 후 "성남시장으로 일할 때부터 싱가포르 부동산 정책에 각별한 관심이 있었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부동산 정책에 대해 많이 배워가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거주와 비거주에 따라 세금 부과 방식이 다른 싱가포르의 재산세 체계를 고려하면,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해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를 축소하는 것은 물론 보유세까지 인상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결국 핵심은 '투기성'이 있는 1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규제하겠다는 것인데, 문제는 이 '투기성'이라는 것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시장에서는 벌써 거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1주택자를 규제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직장이나 교육, 자녀 양육, 부모님 병간호 등으로 본인 소유 집 대신 다른 지역에서 전·월세를 사는 것이 가장 흔한 경우입니다. 그런데 이들마저 투기꾼으로 찍힐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입니다.
최근 3년째 보유 중인 수도권 주택에 거주하지 않고 있는 40대 B씨는 "지방 발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서울 집을 전세로 주고 내려와 살고 있다"며 "직장 생활하다 보면 내 집을 놔두고 떠나야 할 때가 있는데, 거주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징벌적인 세금을 매긴다면, 거주 이전의 자유를 막는 것과 다름없지 않으냐"고 반발했습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 혜택 축소 가능성도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보유 기간에 따라 공제율을 깎는 정책이 현실화하면 수억원의 양도세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 관계자는 "최근에는 다주택자 매물보다 고령 1주택자의 매물이 더 많이 나오고 있다"며 "일찍이 집을 정리하고 거주하지 않고 있는 고령의 주택 보유자들이 보유세나 양도세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해 집을 처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투기 판단이 현실적으로 매우 까다롭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다만 '비거주'를 기준으로 한 실제 규제 도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립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1주택 실수요자라도 자본 이득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어 투기성을 명확히 가려내기 쉽지 않다"며 "질병, 학업, 직장 등 기존 법률상 인정되는 예외 조항 외에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함 랩장은 다만 논란이 되는 '비거주 1주택 보유세 강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는 "모든 주택을 대상으로 거주 여부를 판단해 보유세를 매기는 것은 행정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며 "정부가 규제 카드를 꺼내더라도 거주 여부보다는 고가 주택이나 규제지역 여부를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습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연구소장은 이와 달리 정부의 정책 추진 의지에 무게를 뒀습니다. 김 소장은 "대통령이 SNS 등을 통해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시장의 반응을 살피는 과정일 수 있다"며 "행정적 검증이 어렵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높은 국정 지지율을 동력 삼아 규제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순수하게 집을 비워두는 경우 실제 거주 여부를 일일이 검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결국 전입신고 데이터가 남는 임대 주택부터 규제 대상이 될 텐데, 이 과정에서 직장이나 사정상 집을 비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미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을 통해 실수요자의 불편보다 '정책적 대의'를 우선시하는 기조가 확인된 만큼, 선의의 피해자가 일부 발생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실행에 옮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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