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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법 왜곡죄 시대 난맥상 예고한 '빈손 특검'

입력 2026-03-06 17:34   수정 2026-03-07 00:16

“결국 검찰에 판단을 떠넘긴 것 아닌가요.”

안권섭 상설특별검사팀이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을 검찰에 이첩하겠다고 밝히자 한 부장검사가 내뱉은 말이다. 의혹이 없다면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 그만인데, 특검은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채 수사를 마쳤다. 특검팀 스스로 “당사자들의 업무상 과오일 뿐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고 판단해 놓고도 검찰에 공을 넘겼다.

지난 5일 열린 수사 종료 브리핑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은 한 방향을 향했다. 대검찰청 감찰과 결과가 다르지 않다면 무혐의 처분을 내렸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특검은 기소 판단이 어렵다거나, 불기소 결정 시 불복 절차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거나, 특검법에 불기소 규정이 없다는 말로 대답을 갈음했다. 90일간 독립적 수사권을 부여받은 기관의 결론치고는 초라했다.

이번 상설특검은 검찰을 겨냥한 정치권 압박으로 지난해 12월 출범했다. 2024년 12월 서울남부지검이 ‘건진법사’ 전성배 씨에게서 압수한 관봉권 띠지가 보관 중 사라지면서 시작됐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여권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전씨의 연관성을 지우려는 고의 폐기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검은 작년 10월 감찰 끝에 실무상 과실이 있지만 지휘부의 고의 증거 인멸은 없다고 결론 내렸고, 상설특검 결론도 대검 감찰과 다르지 않았다. 결국 수사 대상이던 검찰이 추가 수사와 기소 여부까지 결정해야 하는 기묘한 상황이 됐다.

특검팀의 또 다른 수사 대상이던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엄희준 전 인천지검 부천지청장 등이 쿠팡 불기소를 압박했다는 의혹에서 출발한 이 사건에서 특검은 엄 전 지청장을 기소하면서도 왜 퇴직금 사건을 불기소했는지, 범행 동기를 끝내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엄 전 지청장이 쿠팡 관계자 및 변호인과 유착했다는 의혹도 수사상 한계로 확인하지 못했다며 관할 검찰청에 사건을 넘겼다.

90일의 수사와 막대한 국가 비용을 들이고도 ‘판단 이첩’이라는 결론을 내놓은 특검의 행태는, 법 왜곡죄가 만들어낼 미래 사법 지형의 예고편일 수 있다. 법 왜곡죄 처벌이 두려워 결론을 내리지 않고 법적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 말이다.

법 왜곡죄는 검사와 판사가 악의적으로 법령을 왜곡해 적용한 경우 형사처벌하는 법으로, 5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임시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다. 잘못 쓰이면 검사의 판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고소·고발이 남발될 수 있다. 희미한 의혹으로 시작해 모호한 결론으로 마무리하는 수사가 반복될 가능성도 커졌다. 이번 특검 결론이 국민에게 남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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