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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조원' 시장 잡는다…천하의 엔비디아도 '눈독'

입력 2026-03-06 17:44   수정 2026-03-07 01:09

거대 유전자 인공지능(AI) 모델이 등장했다. AI가 ‘생명의 설계도’인 DNA 자체를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의학이 풀지 못한 난제를 해결하고, 난치병 치료제 개발 등에도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방암 유전자 찾아내

미국 아크연구소와 엔비디아, 스탠퍼드대 등 공동 연구팀은 지난 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유전자 파운데이션 모델 ‘이보(Evo)2’를 공개했다. AI 모델은 인간과 박테리아, 식물 등 12만8000종에 이르는 생물의 DNA 염기서열 9조3000억 개를 학습했다. 생명체 전반의 진화 패턴을 한 모델에서 이해할 수 있는 유전자용 거대 AI라는 의미다.

이보2는 한 번에 최대 100만 개의 염기서열을 분석할 수 있다. 기존 모델이 수천~수만 개의 짧은 구간만 분석할 수 있던 것과 비교하면 성능이 크게 개선됐다. 멀리 떨어진 유전자 간 상호작용까지 이해해 생명체 작동 원리를 더욱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는 의미다. 패트릭 차이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는 “‘합성생물학의 GPT’가 등장한 것”이라며 “자연에 존재하지 않던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팀은 이 모델을 활용해 유방암 유전자(BRCA1) 변이가 실제 질병을 일으킬 확률을 90% 이상 정확도로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BRCA1 유전자는 변이 종류가 수천 가지로 다양해 어떤 변이가 암을 유발하는지 확인하려면 세포·동물 실험 등을 통해 장기간 검증해야 한다.

이보2를 활용하면 유전자 변이를 미리 분석해 질병과 연관될 가능성이 높은 변이를 빠르게 선별한다. AI가 신약 개발과 유전질환 연구 속도를 크게 단축할 것이란 얘기다. 논문 저자인 패트릭 후 아크연구소 교수는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단계를 넘어 그 설계도 격인 유전자를 이해하는 수준으로 올라선 것”이라고 했다.
◇신약 개발 기간 절반으로 단축
AI가 신약 개발 연구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최근이다. 초기에는 유전자 를 분석하거나 약물 후보군을 찾는 보조 도구로만 활용됐다. 수십억 개의 DNA와 수만 개의 단백질이 얽혀 있는 생명체를 분석할 만큼 데이터와 컴퓨팅 기술이 충분하지 않았다.

전환점은 2020년 구글 딥마인드가 공개한 ‘알파폴드2’였다. 알파폴드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AI로 예측하는 플랫폼이다. 알파폴드2는 등장하자마자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국제대회(CASP14)에서 50년간 과학자들이 풀지 못한 단백질 구조 규명이라는 난제를 30분 만에 해결했다. AI가 신약 개발에 활용될 가능성을 증명한 것이다.

통상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는 10년 넘는 기간과 2조~3조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기존에 원인을 찾기 어려웠던 난치병이나 희소질환의 치료제를 찾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바이오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149억달러에서 2030년 1106억달러(약 163조원)로 커진다. 빅테크가 앞다퉈 바이오 AI 경쟁에 뛰어드는 이유다. 이보2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바이오 AI 플랫폼 ‘바이오니모(BioNeMo)’를 활용해 학습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1월 단백질뿐 아니라 리보핵산(RNA)과 화합물 등 다양한 분자를 분석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장한 버전을 발표했다.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를 투자해 AI 신약 개발 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하는 등 바이오 AI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2024년 산업적으로 활용 가능한 기술 성숙도를 갖췄다고 평가받는 ‘알파폴드3’를 공개한 구글은 지난달 11일 자회사 아이소모픽랩스를 통해 차세대 신약 설계 시스템 ‘아이소DDE’를 공개했다. 업계는 아이소DDE가 사실상 ‘알파폴드4’에 가까운 기술이라고 보고 있다.

메타와 아마존도 단백질 구조 예측 프로그램(ESM폴드)과 생물학 데이터 분석 플랫폼(헬스오믹스)을 출시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신약 연구는 앞으로 전통적인 실험실이 아니라 AI 플랫폼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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