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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호 신한자산운용 혁신투자금융본부장
모험자본에는 대출도 있다
올 해 국민성장펀드의 본격적인 출범으로 대한민국 자본시장은 모험자본(벤처캐피털)에 대한 기대와 우려로 가득 차오르고 있다. 특히 코스피 시장이 5000을 넘어서 역대급 고점을 기록하고 이와 동시에 코스닥 시장 또한 동반 상승하며 그간 미국 주식시장 등에 상대적으로 소외를 받아오던 '국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속도로 상승하고 있다.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는 있으나 사실상 자본시장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크레딧 시장에 대한 새로운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특히나 생산적 금융이라는 거대 담론의 중요한 축으로 과거 부동산 시장에 집중되었던 많은 자본들이 다양한 기업대출로 분산 투자되고 있다. 그간 소외 되었던 저신용 등급의 회사에도 신규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현상은 증권사들의 종합투자계좌(IMA) 및 발행어음 인가와 맞물려 25% 이상을 모험자본을 통해 운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부분이다. 인가를 받은 몇몇 증권사에서는 이미 완판을 넘어서 다음 회차 발행을 준비하고 있으며, 은행에서 증권으로 개인자금의 머니무브가 발생하고 있다, IMA·발행어음 주관사별로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가 공통된 큰 화두이다.
어떤 유형의 투자들이 모험자본으로 인정받고 있는가?
우선 금융위원회에서 대한민국에서 인정되는 모험자본의 범위에 대해 확인해 보자.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보통주, 상환전환우선주(RCPS), 메자닌(CB·BW·EB 등 주식연계 채권)이 해당된다. 지분증권 또는 주식연계증권 외에 대출에 있어서도 단순한 담보 대출이 아닌 기업의 미래가치나 기술력을 보고 실행하는 대출에 대해서도 모험자본으로 인정하고 있다. 투자조건부 융자(Venture Debt), 지식재산권 IP 담보대출, 기술신용평가(TCB: Tech Credit Bureau 평가) 기반 대출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와 동시에 일정 등급 이하의 회사채 또한 모험자본으로 인정하고 있다. 실질적으로는 A등급 이하부터 인정하고 있으며 다만 A등급의 경우 다소 약한 강도의 모험자본으로 30% 수준까지만 인정하고 BBB 등급 이하 채권부터 100%를 인정 받을 수 있다. 추가적으로는 하이일드 펀드나 최근 발행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여러 채권들을 모아서 구조화 증권으로 만든 채권담보부증권(P-CBO) 등도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재간접구조로 투자하는 경우에도 모험자본으로 인정한다. 벤처투자조합, 신기술사업투자조합,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그리고 국민성장펀드 산하 여러 정책펀드에 출자한 경우들이 대표적으로 모험자본에 해당하는 투자들이다. 이상의 투자 대상 기구를 열거함과 동시에 자금의 실질적 귀속을 따지는 방식을 통해 최종 투자자산에 대한 검증을 통해 모험자본 여부가 결정된다.
진화하는 크레딧 시장
이러한 가운데 모험자본의 범주에 해당하는 크레딧 상품만 다시 열거해보면 투자조건부 융자, IP 담보대출, 투자용 기술평가(TCB) 기반 대출 그리고 일정 등급 이하의 회사채 등이 있다. 이상에서 열거되지 않은 상품중에 인수금융대출이 있다. 인수금융 대출은 과거 사모펀드(PE) 스폰서들의 경영권 인수 또는 소수지분 인수 등의 프로젝트에 대한 대출에서 최근에는 생산적 금융의 일환으로 진화되어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즉, 소위 단순 비상장 또는 상장주식담보대출의 영역에서 모험자본에서 중요시 하고 있는 방향성인 기업가치 제고 활동의 일환으로 사모펀드(PE)들에게 단순 레버리지를 넘어서 그야말로 실질적인 채무 서비스(Debt Service)를 제공하는 행위로 재해석되고 있다.
이런 해석에 기반하여 사익추구가 아닌 공공의 부를 증대하는 방식으로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는 PE들에게 좀 더 호의적인 거래기회가 주어지고 있으며 반대의 경우 더욱 엄격해져 가는 규제대상 영역의 펀드로 분류되어 거래 기회 자체가 박탈되는 사례도 종종 발견되곤 한다.
다른 하나의 중요한 흐름은 인수금융의 영역의 확장이다. 전형적인 인수금융에서 기업 직접대출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는 흐름이다. 단순히 기존 특수목적회사(SPC)에 대한 대출과 함께 이루어지던 운영회사(Op-co) 대출이 아닌 순수한 의미의 기업 시설대, 운전대 등에 투자하는 방식 또는 구조화대출의 일환인 자산담보부대출(ABL, Asset-Backed Loan) 등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장래매출채권 유동화 또는 부동산 등의 유형자산 담보를 신탁방식으로 대주가 취득하여 신용을 보강하는 유형들이 대표적인 방식이다.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재롭게 조명될 크레딧 시장
과거부터 대출은 일정기간(만기)이 되면 상환을 받게 되고 상환이 어렵게 될시 보유하고 있는 담보 등을 처분하여 채권을 보전하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단순 대출을 넘어서 기업가치제고 단계에 맞물려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변수들에 대응해 나아가야만 하는 상황으로 분위기가 바뀌어 가고 있다. 과거 종종 있었던 조건변경 사례들을 통해 기한이익을 연장하고 일부 약정 조건을 변경했던 사례와는 달리 최근 변동성이 커져가는 국내외 정치/경제 상황과 AI와 맞물려 빠르게 변화되어 가는 산업의 펀더멘탈 등으로 인해 근본적으로 지분증권 뿐만 아니라 채무증권 즉 대출을 통해 어떻게 기업가치 제고에 함께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시기로 보여진다.
기업 재무제표중 대차대조표는 왼쪽의 차변(debit) 오른쪽의 대변(credit)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변은 타인자본(debt)과 자기자본(equity)의 합이다. 이는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큰 두개의 힘은 신용을 바탕로 한 부채와 미래가치를 기반으로한 자본으로 재해석해 볼 수 있다. 그리고 타인자본과 자기자본을 포괄하는 대변의 영문명은 ‘크레딧(credit)’이다.
결국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함의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 상상해 본다. 2026년 ‘크레딧’의 힘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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