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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서비스도 못 접나"…IT 업계 퍼지는 '노란봉투법' 리스크

입력 2026-03-08 11:27   수정 2026-03-08 12:11


적자가 누적된 서비스를 정리하는 것조차 기업의 경영 판단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례가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잇따르고 있다. 사측이 사업성이 떨어진 서비스를 접자 노조가 ‘노란봉투법’을 근거로 모회사 책임을 요구하며 반발하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8일 IT 업계에 따르면 모회사의 ‘실질 사용자 책임’을 요구하는 노동조합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오는 10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서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원청·지배기업 등 실질적 영향력을 가진 기업에도 교섭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본사가 여러 자회사와 개별 교섭을 의무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셈이다.

NHN 자회사 NHN에듀의 서비스 종료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NHN에듀는 지난해 10월 모바일 알림장 서비스 ‘아이엠스쿨’ 종료를 결정했다. 교육 플랫폼 시장 성장성이 제한적인 데다 누적된 영업적자가 이어져 사업 지속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회사는 내부 인력 재배치를 통해 고용을 유지한다는 방침에 따라 그룹사 단위 전환 배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노조는 전환 배치가 사실상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갈등의 핵심은 노란봉투법이 규정한 ‘실질 사용자 책임’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해석 차이다. NHN 노조는 NHN이 지분을 통해 NHN에듀 경영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해 온 만큼 자회사 사업 정리 과정에서도 고용 안정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자회사 폐업이나 사업 정리 시 모회사가 고용 승계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자회사와 모회사가 법적으로 별도 법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회사 경영상 판단에 따른 인력 문제까지 모회사가 책임지면 배임 등 법적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 같은 논쟁은 다른 IT 기업으로도 번지는 분위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는 “모회사인 카카오가 경영권을 행사하면서도 자회사의 고용 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오는 12일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노조는 카카오의 개발 자회사인 디케이테크인이 카카오 서비스 품질관리(QA) 계약 종료 이후 관련 인력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하면서 고용 불안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노조 측은 모회사인 카카오가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임 업계에서도 비슷한 긴장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주요 게임사는 개발 조직을 독립 스튜디오 형태로 운영하는 구조가 일반화하는 추세인데, 모회사와 자회사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업계에서는 이런 구조에서 모회사 책임 범위가 확대되면 노사 관계 관리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 기업은 수십 개 서비스를 동시에 실험하고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빠르게 정리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온 만큼 서비스 단위로 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조직을 재편하는 일이 비교적 빈번하기 때문이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자회사와 모회사가 법적으로 분리돼 있음에도 경영 영향력을 이유로 고용 책임까지 확대된다면 사업 구조 개편 자체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노란봉투법이 산업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기업의 사업 재편과 신규 투자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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