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가 이재명 대통령의 60%대 국정 지지율이 취임 초 기대감에 따른 이른바 '허니문 효과'라기보다 실질적 성과를 중시하는 통치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디플로매트 수석 특파원이자 스웨덴 비영리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인 미치 신(Mitch Shin)은 6일(현지시간) "이재명은 새로운 유형의 대통령이며, 한국 국민들은 그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대통령이 상징과 수사보다 결과와 집행을 앞세우며 대통령직의 성격 자체를 재정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매체는 이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성과 중심의 계약'처럼 운영하고 있다며 정책 일관성, 실용적 외교, 직접적 소통, 섬김의 리더십 등 네 가지 특징을 핵심 요소로 제시했다.
특히 정책 추진의 일관성이 그의 정치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기반이라고 평가했다. 디플로매트는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내며 공약 이행률이 94~96% 수준에 달했다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자료를 언급하며 "선거 공약이 관료주의 속에서 약화되기 쉬운 기존 정치 관행과 달리 실제 행정 성과를 축적한 뒤 중앙 권력에 올라온 사례"라고 설명했다.
정책 일관성의 대표적 사례로는 성남시장 시절의 재정 운영을 들었다. 전임 시장 시절 누적된 부채에 대해 지급유예를 선언한 뒤 긴축과 예산 효율화를 통해 재정 건전성을 회복했고, 동시에 기본소득과 청년배당 같은 복지 정책도 추진해 재정 책임성과 사회정책 확대가 양립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경기지사 시절에는 계곡 불법 점유 시설 철거와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 추진 등 기득권과 정면으로 맞서는 정책을 추진하며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는 지도자 이미지를 굳혔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행정 경험은 대통령 취임 이후 전국 단위 정책으로 확장됐다고 매체는 봤다. 디플로매트는 대선 이후 시행된 1인당 25만원 지원 정책을 대표 사례로 언급하며 지역화폐 방식으로 지급해 동네 상권과 전통시장에만 사용하도록 설계한 점을 주목했다. 복지를 재정 부담이 아니라 효율적인 행정이 만들어내는 성장 자극책으로 설명해온 이 대통령의 기존 접근이 국가 정책 차원으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외교 분야에서도 예상 밖의 실용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이 대통령이 어린 시절 가난과 노동 경험이라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과 정서적 유대를 형성했고, 강경 우파 성향의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도 정상회담에서 뜻밖의 호흡을 보였다고 전했다.
두 정상이 즉흥적으로 드럼을 함께 연주한 일화를 예로 들며 이념보다 관계 형성과 실익에 무게를 두는 접근이라고 해석했다.
중국과 미국을 상대로 한 외교에서도 비슷한 방식이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디플로매트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선물한 스마트폰을 두고 "혹시 백도어 감시 기능이 있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건넨 사례를 언급하며 민감한 안보 문제를 직접 거론하면서도 외교적 긴장은 피하는 화법이라고 분석했다.
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는 한국의 전략 목표였던 핵추진 잠수함 개발 동의를 끌어내며 협상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소통 방식 역시 이 대통령식 통치의 핵심 요소로 제시됐다. 디플로매트는 과거 한국 대통령제가 여러 단계의 참모와 대변인을 거치는 폐쇄적 구조였다면 이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실시간 국정 운영 도구처럼 활용하며 이런 관행을 깨고 있다고 평가했다.
성남시장 시절 시민 제보를 직접 받고 현장 사진을 올려 담당 공무원에게 조치를 지시했던 방식이 대통령 취임 이후 전국 단위로 확대됐고, 내각 회의 생중계와 틱톡·엑스 등을 통한 직접 소통도 단순 홍보가 아니라 여론을 실시간으로 읽고 행정 긴장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라는 설명이다.
디플로매트는 결국 이 대통령 지지율의 밑바탕에 '섬김의 리더십'이 있다고 진단했다. 권력을 특권이 아니라 국민이 맡긴 책무로 바라보고 대통령을 국민 뜻을 수행하는 실무자로 규정하는 태도가 중도층까지 확장성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매체는 이 대통령 사례가 정치적 연출보다 행정적 능력이 대통령직을 지탱하는 더 지속 가능한 동력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한편 한국갤럽이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65%로 취임 이후 최고치와 동률을 기록했다. 직무 수행 긍정 평가 이유로는 '경제·민생' 18%, '부동산 정책' 16%, '외교' 11% 등이 꼽혔다.
이번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접촉률은 44.7%, 응답률은 11.9%이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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