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방의 날’을 선언하며 전 세계 무역 상대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지 거의 1년이 돼간다. 시발점은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미국 지식재산권 및 기술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워 중국에 고율 관세를 매긴 2018년이다. 트럼프 행정부 이전에 미국이 중국 제품에 부과한 관세율은 평균 3%에 불과했지만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끝날 무렵 19%가량으로 올랐다. 다른 국가에는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조 바이든 전 대통령도 자국 정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길을 택했지만 대중 무역정책에서는 궤를 같이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부과한 대중 관세를 대부분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산업정책과 연계된 특정 전략산업에 고율 관세를 집중적으로 매겼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정책은 1기 때보다 강력하고 광범위하게 진화했다. 지난해에는 마약 유입 차단, 상호 관세를 통한 무역적자 해소, 첨단 기술 패권 및 공급망 분리 등을 목적으로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해 올해 초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 이전 평균 관세율이 48%에 이르렀다. 다른 국가에 대한 평균 관세율 18%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미국이 중국에 고율 관세를 적용하는 것은 미국민의 뜻이고 앞으로 상당 기간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도 1980년대 일본과 달리 미국에 양보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합의를 통해 큰 폭의 엔화 평가절상에 동의했고 스스로 수출을 규제해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고자 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 수입품 관세율을 트럼프 이전 8%대에서 이제 32%까지 올렸고 자원 무기화, 농산물 및 에너지 보복 관세 등으로 미국에 맞대응하고 있다. 두 경제 대국의 무역 전쟁은 주변 국가마저 불안하게 한다.
미·중 무역 전쟁은 미래 세계 경제에 대해 여러 우려를 낳았다. 대외 개방도가 매우 높은 한국으로서는 보호무역주의가 전 세계로 퍼져 무역 규모가 줄어들지 않을지 걱정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트럼프 1기 이후 세계 무역 의존도(각국 수출입 합계÷GDP 합계)는 45% 내외로 등락하며 하락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보호무역주의를 시작한 미국도 지난 8년간 수입이 감소하지 않았고 무역 의존도 역시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 수입에서 중국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줄었으며 그 공간에 멕시코, 브라질, 캐나다 등이 끼어든 모양새다. 한국도 이 와중에 대미 수출을 늘려 이익을 봤다. 요약하면 미국이 시작한 보호무역주의는 무역 방향을 바꿨지만, 지난 수십 년간 지속돼온 세계 무역 증가세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는 않은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중요 정책 수단으로 도입한 이유 중 하나는 미국 무역수지를 개선해 제조업을 부활시키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미국 자리를 넘보는 중국의 경제 발전을 저지하는 것이다. 과연 그렇게 되고 있을까. 우선 GDP 대비 무역수지를 보면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오히려 악화했고, 보다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원년에는 전년보다 약간 개선된 정도에 그쳤다. 제조업 부활도 아직 미지수다. 지난해 제조업 생산지수가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부활’이라고 보기에는 미흡하다. 오히려 다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관세 때문에 가구당 지출이 월 100달러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결과적으로 미국민만 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세계 GDP 중 4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 내 점유율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1년 수준(9%)으로 되돌아갔다. 그런데도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10%를 웃돌았다. 미국 외 시장에서 선방하고 있다는 의미다. 타격을 받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중국 경제 성장세가 대폭 꺾인 것으로 보기 어렵다.
돌이켜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관세정책이 효과를 발휘했는지 의문이다. 미국 경제에도 별 득이 안 됐고, 그렇다고 중국 경제가 폭삭 망하거나 중국이 정치적으로 고분고분해지지도 않았다. 물론 세계 무역 질서는 변했다. 경제 논리뿐 아니라 정치적, 전략적 이해관계가 무역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 더욱 기민하고 전략적으로 행동해야 무역으로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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