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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30년 만에 소환된 최고가격제

입력 2026-03-08 17:55   수정 2026-03-09 00:11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종료에 따른 경기 회복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유가 고공행진으로 정제마진이 오르자 국내 정유사의 이익도 크게 늘었다. 정유 4사의 그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12조원이 넘을 정도였다. 정치권은 이를 경영 성과와 관계없는 ‘초과 이익’으로 보고 ‘횡재세’를 걷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당시 법안 발의까지 됐던 횡재세는 불발로 끝났지만, 유가 급등 때마다 눈치를 봐야 하는 정유사의 신세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주 임시국무회의에서 석유류 제품의 최고가격 지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유류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진 것도 아닌데 갑자기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폭등했다”는 이유에서다. 비싸진 중동 원유가 국내에 들어오기도 전에 주유소 휘발유 가격부터 치솟자 이제 기억조차 희미해진 ‘최고가격 지정제’ 카드를 꺼낸 것이다.

석유 및 석유대체류 사업법 제23조에는 ‘국민 경제의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을 때 산업부 장관이 석유정제업자·석유수출업자 또는 석유판매업자의 판매가격 최고액을 지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위반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초과 수익은 모두 환수되는 비상조치다.

하지만 이 조치는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30년간 한 번도 발동된 적이 없다. 사실상 사문화돼 정부가 최고가격제를 실제로 시행할지는 미지수다. 담합과 바가지, 사재기 등을 막고 기름값을 안정시키는 일시적 조치라고 하더라도 가격 통제는 시장 왜곡을 부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상품이든 가격이나 이익을 인위적으로 억누르면 장기적으로는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유가가 계속 올라 최고가격보다 수입 원가가 높아지면 그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줘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정부 재정으로 주유소에서 기름 넣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셈이니 형평성 문제도 발생한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사태가 하루빨리 안정돼 정부가 가격 통제 카드까지 사용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김정태 논설위원 in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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