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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차세대 AI 칩, 삼성·SK HBM4만 쓴다

입력 2026-03-08 17:51   수정 2026-03-09 01:12

올해 하반기 출시될 예정인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AI 학습·추론에 특화한 반도체 패키지) ‘베라루빈’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가 들어간다. 세계 3위 메모리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은 베라루빈용 HBM4 공급망에서 제외됐다. 동작 속도, 대역폭(단위시간당 데이터 처리 능력) 등 HBM4의 핵심 성능에서 한국 메모리 기업이 기술력을 인정받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베라루빈 부품사 명단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함됐다. 최고급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루빈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인 HBM4 납품 업체로 두 회사가 잠정 결정된 것이다. HBM4는 두뇌 역할을 하는 가장 밑단의 베이스다이 위에 11~13나노미터(㎚·1㎚=10억분의 1m) 첨단 D램을 8~16개 쌓아 제조하는 AI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다. AI 가속기에 적용돼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보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직전 세대 HBM인 HBM3E를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마이크론은 베라루빈용 HBM4 공급사 목록에서 빠졌다. 마이크론은 HBM4를 베라루빈이 아니라 ‘루빈 CPX’ 등 AI 추론에 특화한 중급 AI 가속기용으로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HBM4 공급사로 선정된 것은 엔비디아가 요구한 HBM4 성능과 수율(양품 비율)을 맞췄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가 동작 속도 초당 10기가비트(Gb), 11Gb로 이원화해 진행하는 HBM4 품질 테스트를 사실상 통과했다. SK하이닉스는 11Gb 테스트에서 최적화 과정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엔비디아가 생산 재개를 결정한 GPU ‘RTX 3060’ 물량도 수주했다. 조만간 8㎚ 공정에서 생산을 시작한다.
엔비디아 '괴물 AI칩' 심장엔 삼성·SK뿐…추격하던 마이크론 탈락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루빈' HBM4 공급사 선정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린 2022년께부터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운명을 결정한 곳은 엔비디아다. 엔비디아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에 들어가면 AI산업의 주연이 됐고 그렇지 못한 곳은 위상이 떨어졌다. 삼성전자가 그랬다. 삼성 반도체를 2년간 괴롭힌 위기론은 엔비디아 대상 HBM3(4세대 HBM) 공급 지연에서 촉발됐고, 지난해 9월 HBM3E(5세대 HBM) 12단 품질 테스트 통과로 사그라들었다.

이런 측면에서 엔비디아 베라루빈용 HBM4(6세대 HBM) 공급사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들어가고 마이크론이 빠진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1~2년간 엔비디아에 대량 납품이 가능해져 HBM 패권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고성능 HBM4 주문
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베라루빈 실물이 오는 16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엔비디아의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6’에서 처음 공개된다. 공식 출시일은 안 정해졌지만 올 하반기께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AMD, 브로드컴 등 경쟁사를 압도하기 위해 베라루빈의 성능을 기존 대비 다섯 배 이상으로 높이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세계 80여 개 협력사가 ‘괴물 AI 가속기’ 출시를 뒷받침하기 위해 엔비디아와 합을 맞추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부터 HBM4를 베라루빈의 흥행을 뒷받침할 핵심 부품으로 꼽고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고성능 제품 개발을 독려했다. 베라루빈용 HBM4 동작 속도로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정한 초당 8Gb를 훌쩍 넘는 10Gb 이상을 요구했다. 용량도 키웠다. 베라루빈에 들어가는 HBM4는 16개, 용량은 576GB다. 엔비디아 경쟁사 AMD의 차세대 AI 가속기 MI450의 HBM4 용량(432GB)보다 크다.
◇마이크론은 베라루빈에선 탈락
글로벌 메모리 기업은 베라루빈용 HBM4 납품전에 사활을 걸었다. HBM이 대량 장착되는 AI 가속기 시장에서 80% 넘는 점유율을 기록 중인 엔비디아를 잡으면 기술력을 인정받는 동시에 호실적을 보장받을 수 있어서다.

베라루빈 HBM4 납품전의 승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 좁혀졌다. 부품사 목록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이름을 올렸고 마이크론은 빠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베라루빈 HBM4 공급사에 마이크론은 거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두 기업 중에선 최근 삼성전자가 앞서나간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가 동작 속도 ‘초당 10Gb’ ‘초당 11Gb’ 제품으로 이원화해 진행 중인 HBM4 품질테스트를 사실상 통과했다. 지난달엔 물량이 많지는 않지만 엔비디아에 완제품도 출하했다. SK하이닉스도 11Gb 테스트 통과를 위해 엔비디아와 제품 최적화를 진행 중이다. HBM4용 D램 웨이퍼 투입부터 패키징까지 6개월 이상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르면 이번달부터 두 회사는 HBM4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론도 HBM4를 아예 공급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최고급 AI 가속기인 베라루빈용이 아니라 루빈 시리즈의 중급 제품용으로 공급하는 것이 유력하다.
◇범용 D램값 상승은 변수
베라루빈용 HBM4의 배정 물량과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올해 HBM3E를 포함한 엔비디아용 HBM 전체 물량에서 SK하이닉스가 절반 이상을 가져가지만, 베라루빈용 HBM4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가 최대 공급사가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올해 HBM 매출이 지난해의 세 배가 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변수로는 분기마다 전 분기 대비 두 배 오르는 범용 D램 가격이 꼽힌다. ‘소캠2’ 등 서버용 범용 D램 모듈의 Gb당 가격은 1.3달러로 HBM 간판 제품인 HBM3E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D램을 쌓는 등 값비싼 공정을 추가로 거쳐야 하는 HBM4보다 범용 D램을 많이 생산하는 게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SK하이닉스 엔지니어를 만나 HBM4 개발을 독려한 것도 삼성전자의 협상력이 강해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HBM4와 범용 D램 등을 쥐고 엔비디아에 다양한 협상 카드를 제시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황정수/강해령/김채연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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