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사업부가 엔비디아의 구형 그래픽처리장치(GPU)인 ‘RTX 3060’을 2년 만에 다시 생산한다. 엔비디아가 미국의 최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 여파로 구형 GPU 판매를 늘리면서 과거 RTX 3060 생산을 맡은 삼성전자에 물량을 다시 배정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RTX 3060을 성능이 검증된 8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가동률이 올라 흑자 전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8나노 공정에서 조만간 구형 GPU RTX 3060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GPU는 과거 PC, 게임기 등에서 이미지를 구현할 때 활용됐는데 최근엔 AI 가속기(AI에 특화한 반도체 패키지)의 핵심 부품으로 쓰인다. RTX 3060은 엔비디아가 2021년 선보인 GPU로 당시 삼성전자가 8나노 공정에서 생산했다. 엔비디아가 2022년 9월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를 통해 ‘RTX 40’ GPU 시리즈를 생산하면서 출하량이 점차 줄었고 2024년 생산이 중단됐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가 최근 구형 GPU 판매를 늘리면서 RTX 3060 재생산을 맡았다. 업계에선 엔비디아가 RTX 3060을 다시 생산하는 배경으로 대중국 수출 규제를 꼽았다. 미국 정부는 2022년부터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서버용 고성능 GPU인 호퍼(H), 블랙웰(B) 시리즈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엔비디아는 H20 등 규제를 우회한 제품을 내놓았지만 미 정부가 이를 허가제로 전환하면서 수출길이 막혔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게임용 이미지 처리가 주된 용도지만 활용 방식에 따라 AI 개발에도 사용할 수 있는 구형 GPU를 다시 생산하며 중국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AI 반도체 수요 증가로 GPU 공급 부족 현상이 심해지는 것도 삼성전자가 생산을 재개한 요인으로 꼽힌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 기자간담회에서 칩 공급 부족 현상과 관련해 “구형 GPU를 다시 내놓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RTX 3060 생산에 활용하는 8㎚ 공정의 생산능력은 웨이퍼(반도체 원판) 투입량 기준 월 3만~4만 장 수준이다. 전체 파운드리 생산능력(웨이퍼 투입량 월 35만 장)의 약 10%에 해당한다. GPU 생산을 다시 맡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가동률을 올려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와의 파운드리 협력 기회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닌텐도의 최신 게임기 ‘스위치 2’에 들어가는 엔비디아 GPU도 삼성전자가 수주해 8㎚ 공정으로 제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 성숙도와 원가 절감 효과를 충분히 확보한 8㎚ 공정에서 삼성전자가 안정적으로 엔비디아에 칩을 공급한다면 추가 수주에도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