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측면에서 엔비디아 베라루빈용 HBM4(6세대 HBM) 공급사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들어가고 마이크론이 빠진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1~2년간 엔비디아에 대량 납품이 가능해져 HBM 패권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지난해부터 HBM4를 베라루빈의 흥행을 뒷받침할 핵심 부품으로 꼽고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고성능 제품 개발을 독려했다. 베라루빈용 HBM4 동작 속도로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정한 초당 8Gb를 훌쩍 넘는 10Gb 이상을 요구했다. 용량도 키웠다. 베라루빈에 들어가는 HBM4는 16개, 용량은 576GB다. 엔비디아 경쟁사 AMD의 차세대 AI 가속기 MI450의 HBM4 용량(432GB)보다 크다.
베라루빈 HBM4 납품전의 승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 좁혀졌다. 부품사 목록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이름을 올렸고 마이크론은 빠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베라루빈 HBM4 공급사에 마이크론은 거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두 기업 중에선 최근 삼성전자가 앞서나간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가 동작 속도 ‘초당 10Gb’ ‘초당 11Gb’ 제품으로 이원화해 진행 중인 HBM4 품질테스트를 사실상 통과했다. 지난달엔 물량이 많지는 않지만 엔비디아에 완제품도 출하했다. SK하이닉스도 11Gb 테스트 통과를 위해 엔비디아와 제품 최적화를 진행 중이다. HBM4용 D램 웨이퍼 투입부터 패키징까지 6개월 이상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르면 이번달부터 두 회사는 HBM4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론도 HBM4를 아예 공급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최고급 AI 가속기인 베라루빈용이 아니라 루빈 시리즈의 중급 제품용으로 공급하는 것이 유력하다.
변수로는 분기마다 전 분기 대비 두 배 오르는 범용 D램 가격이 꼽힌다. ‘소캠2’ 등 서버용 범용 D램 모듈의 Gb당 가격은 1.3달러로 HBM 간판 제품인 HBM3E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D램을 쌓는 등 값비싼 공정을 추가로 거쳐야 하는 HBM4보다 범용 D램을 많이 생산하는 게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SK하이닉스 엔지니어를 만나 HBM4 개발을 독려한 것도 삼성전자의 협상력이 강해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HBM4와 범용 D램 등을 쥐고 엔비디아에 다양한 협상 카드를 제시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황정수/김채연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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