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민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규모 수소 인프라를 구축해 상용화하는 데 오랜 기간이 걸리는 만큼 2035년 NDC 목표를 맞추려면 2030년대 중반까지 기존 설비에서 감축 폭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안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전기로 기반 생산을 늘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국내 조강의 약 75%를 생산하는 고로-전로 체계는 철강 부문 탄소 배출의 약 90%를 차지한다. 특히 철광석을 환원해 용선(쇳물)을 만드는 고로 단계에 배출이 집중돼 있다. 전기로는 이 같은 환원 단계를 거치지 않고 이미 환원된 스크랩(고철)을 녹여 용강(불순물이 제거된 쇳물)을 생산한다. 기존 공정 대비 배출량이 약 70% 적다.
전기로는 이미 국내 조강 생산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은 철근·형강 등 건설용 봉형강 위주로 활용돼 왔지만, 최근에는 고로에서 생산한 용선을 일부 혼합해 불순물을 낮추는 방식을 도입하면서 자동차용 강판 등 고급 판재 영역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는 추세다.
포스코는 6000억원을 투입해 광양제철소에 연산 250만t 규모 전기로를 건설 중이다. 오는 6월 완공을 앞뒀다. 현대제철도 당진제철소 전기로를 활용해 탄소 저감 강판 양산에 나섰다. 다만 전기로 1기당 생산능력이 연 200만~300만t 수준에 그쳐 6500만t 규모의 국내 조강 체계를 단기간에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기존 전로는 상부에서 산소를 불어넣어 용선의 탄소를 제거하는 구조로, 스크랩 사용 비중이 15~20% 수준이다. 상온인 스크랩을 과도하게 투입하면 약 1500도의 용선 온도가 급격히 떨어져 정련 시간이 길어지고 생산성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다.
상저취전로는 상·하부에서 동시에 산소를 주입해 쇳물의 열과 성분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설비다. 이를 통해 스크랩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면서도 공정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업계는 기존 공정 대비 30% 수준의 탄소 감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는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산업통상부 추산에 따르면 전로 1기를 개조하는 데 900억~1200억원이 필요하다. 국내 조강 생산량에서 고로-전로가 차지하는 비중(약 75%)을 고려하면 약 20~25기를 전환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설비 투자비만 2조~3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설비 1기당 3~6개월의 조업 중단도 불가피하다.
해외 주요국은 설비 전환 비용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분담한다. 일본은 30~50%, 유럽연합(EU)은 실증 단계에서 70% 이상, 상용 설비에는 절반 이상을 지원한다. 반면 한국은 연구개발(R&D)과 정책금융 중심 지원에 머물러 있다. 업계 관계자는 “브리지 기술의 확산 여부는 결국 투자 여건에 달려 있다”며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K-스틸법 시행령에서 상용 설비 전환과 관련한 지원 체계가 구체화되면 기업도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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