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3월 5일자 A1면 참조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5일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내주식 위탁운용의 수탁자 책임활동 활성화 방안’을 보고했다. 국민연금 자금을 맡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가 보유 지분에 대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제도를 손보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는 위탁운용사가 종목 선정과 매매를 맡더라도 의결권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행사한다.이번 제도 개편은 국내 자본시장 전반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만 260조원어치에 달하고,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민간 운용사에 위탁돼 있어서다.
2024년 국내 자산운용사의 반대 의결권 행사율은 6~7% 수준이다. 반면 국민연금의 반대 행사율은 20.8%에 이른다. 겉으로는 국민연금보다 자산운용사를 상대하는 편이 수월해 보이지만, 기업들의 설명은 다르다. 그동안은 국민연금이라는 단일 창구를 중심으로 주주총회 대응 전략을 세웠지만, 제도가 바뀌면 운용사별로 다른 요구에 대응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주장이다. 국민연금에 과잉 충성하는 자산운용사가 과도한 요구를 해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여러 운용사가 각기 다른 기준을 들고나올 수 있는 만큼 합병이나 이사 선임 같은 주요 안건에서 의사 결정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민간 운용사들이 수익률 경쟁 속에서 행동주의 펀드와 보조를 맞추거나 단기 배당 확대를 요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기금운용본부 안팎에서는 민간 운용사가 국민연금 수준의 수탁자 책임과 전문성을 갖췄는지 먼저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독펀드 구조에서는 운용사(GP)에 대한 투자자(LP)의 운용 개입이 법적으로 제한돼 있어 부적절한 의결권 행사나 이해 상충이 발생하더라도 사후 통제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국민연금이 단일 주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를 완화하면 ‘관치금융’ 논란을 줄이고 시장 자율성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논란이 확산하자 복지부는 “해당 보고 안건은 확정돼 추진되는 내용이 아니다”며 “시범사업 방안을 마련한 뒤 기금위 심의·의결을 거쳐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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