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여주에 있는 바바패션 물류센터.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옷 주문이 들어오면 직원이 상품 바코드를 스캔한다. 빅데이터 기반 시스템이 자동으로 상품과 주문 정보 일치 여부를 확인하고, 곧이어 자율주행 물류 로봇 ‘AAGV’가 데크를 따라 주행하면서 해당 상품을 옮겨 택배상자에 넣는다.
이곳은 패션업계의 고질적 문제인 ‘재고 처리’를 처음으로 인공지능(AI)으로 해결한 곳이다. 통상 패션업체는 특정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이 품절되면 다른 매장의 재고를 옮겨 채운다. 하지만 재고를 분류·이송하는 동안 시차가 생겨 소비자에게 상품을 팔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다. 이렇게 되면 매장마다 미리 ‘안전재고’를 쌓아두려는 수요가 많아지고, 시즌이 끝난 후 남아도는 재고는 결국 전량 반품 처리돼 물류창고로 되돌아온다. 패션업체가 항상 재고 부담에 시달리는 배경이다.
아이잗바바, 지고트 등 여성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바바패션은 일찌감치 ‘인공지능 전환(AX)’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2020년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물류 로봇 ‘AAGV’ 개발에 나선 것. 당시만 해도 바바패션과 같은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 중에서도 물류센터에 AAGV를 도입한 곳은 없었다.바바패션이 패션업계에서 ‘AX 물류의 표준’으로 불리는 배경이다. 기존에는 직원이 수작업으로 상품과 주문 정보를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디자인, 색깔, 사이즈 등에 따라 상품가짓수(SKU)가 수만 개에 달하는 패션업 특성상 상품 확인과 분류 절차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바바패션은 로봇 제조사 코텍전자와 손잡고 AI 기반 시스템을 개발했다. 각 상품의 특징을 빅데이터화해 바코드 스캔만으로 주문 정보와 정확히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고, 행거 자동 분배 시스템과 AAGV를 통해 물류 창고에서 딱 맞는 상품을 골라내 택배상자에 넣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자동화했다.
2024년 현장에 시스템을 적용한 이후 바바패션의 물류 처리 속도는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AAGV 로봇의 처리 속도는 한 시간에 최대 3500개에 이른다. 사람보다 4배나 빠르다. 현재 바바패션 여주물류센터는 전국 400여 개 매장의 상품을 다루지만, 필요 인력은 1~2명뿐이다. 높은 자동화율로 중복 피킹·오피킹 등 오류도 줄었다. 배터리가 떨어지면 로봇이 스스로 충전도 한다. 사람이 하는 일은 사실상 바코드를 찍거나, 시스템을 점검하는 일밖에 없기 때문에 작업 숙련도가 낮은 신입 직원도 즉시 투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X에 으레 따라붙는 ‘기존 인력의 반발’을 해결한 것도 바바패션이 성공적 사례로 꼽히는 이유다. 바바패션 관계자는 “AAGV 개발 초기 단계부터 대표이사(CEO)가 임직원과 소통하면서 고용 안정에 대해 확신을 줬다”고 했다. 바바패션이 AAGV를 도입한 후 대기업도 속속 AI 물류 시스템 도입에 나서기 시작했다.
바바패션은 향후 재고 관리 시스템을 3차원(3D)으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현실과 같은 3D 공간을 구현해 상품 위치와 정보값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매장 상품기획자(MD)와 작업 현장의 요구를 실시간으로 반영해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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