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집권 세력이라고 마음대로 해선 안 된다"고 말자 야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정작 사법 3법 강행 처리 때는 방관하고 국무회의 통과까지 용인하더니 뒤늦게 선을 긋는 모습이 가식적이다"라고 비판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을 통해 "재판소원과 법왜곡죄는 시행 기준과 실무 규칙도 마련되지 않은 채 밀어붙여진 대표적 '난장판 입법'이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천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은 정청래 대표나 추미애 법사위원장 전화번호가 없나"라며 "사법 3법 강행 처리할 때 민주당 지도부에 이 말을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권 세력인 더불어민주당이 폭주할 때마다 방관하고, 결국 거부권 행사 하지 않고 국무회의 통과시키는 공범 역할을 해 놓고 이제 와서 착한척하는 것은 도를 넘은 가식"이라며 "대통령 발언의 본질은 민주당 강경파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법 정부안까지 반기를 들자, 나한테까지 까불지 말라는 경고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반대로 말하면 지금까지 사법 3법을 포함한 민주당 강경파의 폭주가 이 대통령의 뜻에 부합했다는 것, 최소한 이 대통령이 반대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사법 3법 강행 처리는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집권 세력이 마음대로 한 일의 전형이다"라고 주장했다.
천 원내대표는 "심지어 재판소원과 법왜곡죄는 이재명 대통령이 공포하는 즉시 시행된다"면서 "그런데도 아무런 규칙과 기준도 마련되어있지 않다. 심지어 재판소원이 들어오면 헌재가 법원에서 사건 기록을 어떤 방식으로 넘겨받을지에 관한 내규도 없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난장판 힘자랑 입법을 용인하는 순간 이 대통령의 민낯은 드러났다"면서 "지금까지 대통령과 민주당의 굿캅-배드캅 역할 분담은 쇼에 불과했고, 대통령도 용인하면서 짜고 친 것이라는 것이 명확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와서 강경파가 본인까지 공격하니 자제와 통합을 이야기하는 모습은 가식이고 내로남불이다"라며 "그냥 솔직하게 국민이 반대하는 입법 폭주는 해도 되지만 대통령이 반대하는 입법 폭주는 안된다고 이야기하라"고 꼬집었다.
앞서 이 대통령은 "개혁은 외과 시술적 교정이 유용할 때가 많다"며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조희대 사법부'가 과거 자신의 대선 후보 자격 박탈을 위해 이례적인 속도로 재판을 진행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며 "법원에도 정치적 사익 때문에 정의를 비트는 경우가 있지만, 사법 정의와 인권 보호를 위해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는 법관들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 검찰의 반복된 기소와 재판을 겪은 경험을 언급하면서 "양심적 법관들의 정의로운 판결 덕에 제가 지금껏 살아남아 대통령 직무까지 수행하고 있다"며 "검찰이 기소할 때마다 결국 법원이 법과 양심에 따라 무죄 판결할 것으로 믿었고 지금도 믿는다"고 했다.
이어 "사법 부정은 법원 전체가 아니라 일부의 문제"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선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옥석을 분명히 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문제를 제거하고 문제 인사에게 엄정한 책임을 묻되 무관한 다수 구성원이 의욕을 잃거나 상처 입게 하는 것은 최소화해야 한다"며 "필요한 개혁을 하더라도,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며 모두를 개혁 대상으로 몰아,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 개혁이든, 노동 경제개혁이든, 언론 개혁이든, 법원 개혁이든 그 무슨 개혁이든 그래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라며 "국민통합과 개혁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과제를 모두 원만하게 이행하기 위한 제 나름대로 고심의 결과임을 이해해 달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의 이 발언은 사법개혁 3법을 비판하는 정부의 검찰 개혁안에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 내 일부 강경파를 동시에 겨냥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대통령이 되고 집권 세력이 됐다고 마음대로 다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될 것"이라면서 "나의 의견만이 진리이자 정의이고, 너의 의견은 불의이고 거짓이라는 극한적 대립과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썼다. 이는 중수청법·공소청법 정부안에 반발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당 강경파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최근 SNS에 "정부의 검찰개혁 법안이 확정되고 많은 비판이 나오는데 당론으로 채택돼 수정이 안 된다는 당 관계자의 말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개혁에 관한 전문성을 인정하고 법사위에 수정을 맡겨달라"고 요구했다.
김용민 법사위 여당 간사도 정부안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번 정부의 공소청법은 기존 검찰청법을 공소청으로 이름만 바꾼 수준"이라며 "심지어 기존보다 권한을 확대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행정부 소속 기관에서 정치집단으로 변질된 검찰이 간판만 바꾸고 그대로 유지되는 법안"이라며 "검찰청이 폐지됐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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