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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장 멈추기 일보 직전"…셧다운 공포에 '버티기 모드'

입력 2026-03-09 10:58   수정 2026-03-09 11:24



중동 전쟁 여파로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국내 나프타분해설비(NCC) 업체들이 원료 재고를 최대 4주 수준까지 확보하며 '버티기 모드'에 들어갔다. 기업들이 공장 가동률을 낮춰 원료 소비를 줄이면서 통상 2주 수준이던 재고를 두 배 가까이 늘린 것이다. 업계에서는 4월 초까지 수입 물량이 정상적으로 들어오지 않을 경우 일부 공장 셧다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2주 불과했던 재고, 4주까지 확보
9일 석유화학업계와 산업통상부 등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NCC 업체들은 최근 가동률을 낮추면서 평균 나프타 재고를 약 4주 수준까지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약 2주 수준의 재고를 유지하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한 관계자는 “NCC는 공장을 완전히 멈추면 재가동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셧다운보다는 가동률을 낮춰 시간을 버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고 확보를 위해 기업들은 공장 가동률도 크게 낮췄다. 최근 고객사에 ‘포스 마주르(Force Majeure·불가항력 사유로 계약 이행 불가)’를 선언한 여천NCC를 비롯해 롯데케미칼, LG화학, 대한유화, GS칼텍스 등 주요 NCC 업체 5곳이 가동률을 줄였다. 이들 업체의 평균 가동률은 기존 약 80% 수준에서 최근 65%까지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추가로 낮추기 어려운 사실상의 ‘최저 가동률’에 근접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업체별로 보면 가동률 조정은 지난달 말부터 시작됐다. 지난 6일 석유화학 정보업체 ICIS 집계에 따르면 GS칼텍스 여수 NCC는 2월 말 가동률을 83%에서 60%까지 낮췄다. 여천NCC는 90%에서 68%로,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은 80%에서 70%로 각각 조정했다. 대한유화 울산 공장도 80%에서 75% 수준으로 낮춘 상태다.

LG화학도 이번 주부터 가동률을 추가로 낮출 계획이다. 대산 공장은 69%에서 54%, 여수 공장은 64% 수준까지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 마즈르 '연쇄 선언' 가능성
여천NCC에 이어 다른 업체들로 포스 마주르 선언이 확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재 주요 업체들은 기존 계약 물량은 유지하면서 현물(스팟) 거래 공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수입 차질이 장기화해 가동률을 더 낮추거나 재고를 빠르게 줄어들 경우 계약 이행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등 일부 석화 기업들도 나프타 공급 차질을 이유로 포스 마주르를 선언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여천NCC의 포스 마주르는 실제 공급 중단보다는 장기 공급 계약과 관련한 법적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해석이 많다. 대형 석유화학 기업들이 NCC 생산물의 상당 부분을 자체 다운스트림 공정에서 소화하는 것과 달리 여천NCC는 외부 판매 비중이 높아 계약 리스크에 더 민감하다는 것이다.

나프타는 플라스틱과 합성섬유의 출발 원료인 에틸렌·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다. 국내 공급은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해 생산하는 물량이 약 50~60%, 수입이 40~50% 수준이며 상당량이 중동에서 들어온다.

업계에서는 가동률 하향으로 재고를 약 4주 수준까지 확보했지만 중동 상황이 장기화해 4월 초까지 수입 물량이 정상적으로 들어오지 않을 경우 일부 NCC 공장 셧다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석화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가동률을 낮춰 시간을 벌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입 물량이 막히는 기간이 길어지면 결국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정부와 함께 중동 이외 지역인 미국·인도 등에서 나프타를 확보하는 방안과 국내 정유사의 나프타 생산 확대 요청 등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해외 기업들도 대체 수급처 확보에 나서면서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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