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예술영화관 연합(아트나인, 에무시네마, 라이카 시네마, 헤이리 시네마 등을 포함한 한국의 15개 예술영화관의 단체)과 일본의 커뮤니티 시네마 센터(이미지포럼, 르 시네마, 유로스페이스, 스트레인저 등을 포함한 일본의 미니 씨어터 연합)는 오랜 시간 동안 서로의 극장과 독립영화들을 응원하며 의미 있는 행사를 마련해 왔다.
2월 27일부터 3월 1일까지 도쿄에서 열린 3일간의 영화제도 일반 영화제보다 규모는 작지만 흥미롭고 독특한 토크와 행사로 가득한 이벤트였다. 신생 미니 씨어터 ‘시네마 스트레인저(2023년에 설립)’에서 오프닝은 네오 소라 감독이 열었다.
알려진 바대로 네오 소라는 영화음악의 거장, 류이치 사카모토의 아들이자, 류스케 하마구치와 미야케 쇼 등과 함께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일본의 작가 감독이다. 네오 소라 감독은 그의 성공적인 데뷔작이자 독립예술영화관의 ‘흥행작’이었던 <해피 엔드>를 상영하고 관객과의 Q&A를 가졌다.
이번 토크는 그의 작품에 관한 것이기도 하지만 행사의 주제를 담아 극장의 의미와 독립영화의 상생에 대한 이슈가 주류를 이루었다. 상영 전 네오 소라 감독을 만나 그와 예술영화관의 관계 그리고 그가 가진 극장에 대한 추억과 단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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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감독님은 커뮤니티 시네마 연합이 마련한 특별한 행사의 오프닝 게스트로 참여하고 있다. 극장에 대한 이야기가 오늘의 주요한 화제가 될 것 같은데 일단 감독님과 예술영화관의 관계랄까, 감정 같은 것들이 궁금하다. 뉴욕에서 자란 덕에 아트하우스 극장을 찾는 것이 다른 도시보다는 수월했을 것 같다.
"매우 그렇다. 어렸을 때부터 맨해튼의 예술영화관을 다녔다. 필름 포럼이나 안젤리카 필름 센터, IFC 같은 곳을 다니며 사실상 영화에 대한 애정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 같다. 특히 고전 영화들을 상영하는 레퍼토리 시네마(Repertoire cinema, 고전 영화들을 재상영하는 곳)를 많이 다녔다.
당시 다니던 고등학교 옆에 리걸 시네마(Regal Cinema)라는 대형 프렌차이즈 극장이 있었는데 친구들과 수업이 끝나면 그 극장에서 <스파이더맨>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들도 보곤 했다. 돌이켜보면 자라난 곳, 학교 근처 모두가 극장이 가득했던 공간들이다. 내가 영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던 환경이었다."
▶ 그곳에서 본 기억나는 영화가 있다면?
"고등학교 때 IFC에서 본 데이빗 린치 감독 <이레이저 헤드>의 잔상이 오래 남았다. 친구와 함께 봤는데 정말로 큰 충격을 받았다 (웃음). '도대체 우리가 보고 있는 게 뭐지?'라는 말을 계속 반복했던 것이 기억난다. 내가 가진 ‘영화’라는 정의 자체를 바꿔준 영화였다."

▶ 도쿄는 세계에서 예술영화관, 즉 미니 씨어터가 가장 많은 도시, 그리고 작은 극장들의 탄생에 있어 가장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도시이지 않나. 팬데믹 이후로도 도쿄의 미니 씨어터는 순항 중이다. 감독이 생각하기에 일본의 미니 씨어터는 어떻게 이런 긴 생명력과 레거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좋은 질문이다. 도쿄의 예술영화관들은 추구하는 장르, 혹은 취향과 시대, 관객층 등이 각각 다르다. 고전만을 상영하는 극장이 있고, 실험영화를 지향하는 극장이 있는 등 말이다. 흥미로운 것은 미니 씨어터가 아무리 성행한들 작은 시장을 나누고 있는데도 절대 서로 경쟁관계에 있거나 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팬데믹이 정점이었던 시기에 이들은 연합해서 극장과 영화를 살리려는 캠페인을 벌였다. 하마구치 류스케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당시에 미니 씨어터를 살리고자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그 정도로 이 작은 극장들의 존재와 역할은 일본 내에서 매우 중요하다. 영화를 사랑하는 문화는 미니 씨어터가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없어진 극장 중 가장 아쉬운 곳은?
"도쿄 진보쵸에 위치했던 ‘이와나미 홀(1968년에 설립)’이 가장 아쉽다. 전통이 있는 미니 씨어터였는데 결국은 팬데믹을 버티지 못했다. 굉장히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눈에 띄었던 극장이다. 그곳에서 조지아(국가) 영화들을 처음 접했는데 이후로도 찾아볼 정도로 영화들이 강렬하고 좋았다."

▶ 감독의 데뷔작 <해피엔드>는 한국의 프랜차이즈 극장에서도 개봉했지만, 특히 예술영화관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작품이다. N차 관람객들이 가장 많았던 작품이기도 했다. 한국의 예술영화관에서 <해피엔드>를 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에는 개봉했을 때 한 번, 이후에 영화가 흥행하면서 한 번 더 방문했다. 예술 영화관으로는 아트나인과 라이카 시네마 그리고 에무시네마와 시네큐브 등을 방문했다. 극장마다의 공간적인 개성이 강해서 인상적이었다는 기억과 관객 반응이 엄청나서 놀랐던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사람들은 대부분 내 영화를 예술영화로 인식하지 않나. 일본에서도 독립예술영화로 인식이 되었고, 소위 말하는 시네필 관객들이 찾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일본에서는 시네필이라 하면 중장년층의 관객들이다. 다만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서 나중에 젊은 관객들로 관객 층위가 번져 나갔다.
한국에서는 반대로 내한을 하는 순간부터 젊은 여성관객들이 마치 아이돌을 대하듯 반응을 해줬다 (웃음). 나도, 우리 영화의 배우들도 모두 첫 데뷔작인데 어떻게 아시고들 그렇게 환호를 해주는지 모두 감동했다. '결혼해주세요'라는 사인을 만들어 온 관객도 있더라. 물론 나를 위한 것은 아니고 주연 배우들을 위해 만든 것이다 (웃음)."

▶ 한국의 경우 우리는 지난 5년간 전설적인 극장들을 세 곳이나 잃었다. 대한극장, 서울극장, 그리고 명동에 위치했던 CGV 씨네라이브러리가 그곳이다. 영화사적으로도, 관객 문화적인 시점에서도 매우 큰 비보가 아닐 수 없었다. 일본은 한국보다는 덜하지만, 전반적인 극장의 축소에 있어서는 같은 고민을 하고있는 것 같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극장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면 어떤 것인지.
"극장이 줄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절대 멸종하지는 않을 것이다. 극장에 대해서는 가능한한 희망적인 시선을 유지하려는 편이다. 그럼에도 극장, 혹은 영화를 보는 행위가 메이저에서 마이너한 문화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극장 티켓값을 올리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의 경우 티켓이 2000엔 정도인데 영화를 많이 즐기기에 수월한 가격은 아니다. 티켓 가격을 내리거나, 무비 패스(패키지 티켓) 같은 것을 만들어서 조금 더 저렴하게, 많이 즐기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영화를 보는 행위를 일상의 부분으로, 언제든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예술 소비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궁극적으로는 그것이 건강한 습관이 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지금 자라나는 청소년들, 젊은 세대들이 언제든 극장으로 향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영화 관람이 그렇게 중요한 행위인 이유는 탄생부터 영화 제작은 국경을 허무는 글로벌한 행위였고, 영화를 보는 행위는 이미지를 통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같은 타이밍에 공감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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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소라와의 인터뷰는 감독과의 대화라기보다 영화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열혈 관객과의 대화처럼 느껴질 정도로 살갑고, 열정적이면서도 애틋한 시간이었다.
자신이 방문했던, 그리고 사랑했던 극장에 대해 세세히 스케치해주는 네오 소라 감독의 표정, 그리고 그가 그곳에서 봤던 영화들에 대한 단상 등은 어떻게 그가 <해피엔드>와 같이 세련되면서도 심오한 작품을 만들 수 있었는지에 대한 어렵지 않은 설명이 되었다.
이제는 더더욱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극장의 아이콘이자, 영화 예술의 페르소나가 되어버린 네오 소라! 우리에게 하루빨리 또 다른 작품을 안겨 주시길! Hooray for cinema!

도쿄=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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