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 내부의 비위와 방만한 운영 실태가 정부 감사에서 무더기로 드러났다. 농협재단 간부는 쌀 소비 촉진 캠페인 사업비를 빼돌려 자녀 결혼식 비용과 가구 구입비로 사용했고, 직원은 가구 구매 명목으로 받은 돈으로 350만원짜리 커플링을 맞췄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연봉과 별도로 포상금 성격의 ‘직상금’을 최근 5년간 약 40억원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회원 조합에선 연체 대출 규모를 축소하기 위해 금리를 임의로 낮추는 사례도 적발됐다.
정부는 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농협에 대한 ‘정부 합동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11~12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실시한 선행 감사에 이은 후속 조치로, 지난 1월 26일부터 농협중앙회와 자회사, 회원 조합 등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국무조정실과 농림축산식품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감사원, 공공기관 관계자와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했다.
감사 결과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을 중심으로 핵심 간부들의 비위와 전횡이 다수 확인됐다.
농협재단 핵심 간부 A씨는 ‘쌀 소비 촉진 캠페인’ 사업비 1억3000만원을 유용해 안마기 등 가구를 구입하고 일부는 자녀 결혼식 비용으로 사용했다. 재단 직원 B씨와 C씨는 A씨로부터 가구 구매 명목으로 받은 돈으로 350만원짜리 명품 커플링을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24년부터 지난해까지 재단 사업비를 빼돌려 강 회장 선거를 도운 조합장과 조합원, 임직원에게 4억9000만원 상당의 답례품을 제공하고 골프대회 협찬 비용도 집행했다. 농협중앙회 한 부서는 이 기간 홍삼과 화장품을 2억4000만원어치 구입해 회장실과 부회장실에 전달했다.
포상금 성격의 ‘직상금’도 무분별하게 집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5년간 강 회장은 직상금으로 39억8000만원을 받았고, 농협중앙회 부회장은 18억8000만원, 상호금융 대표이사는 14억8000만원을 각각 수령했다. 임원과 관련된 조합 44곳에는 평균 1000만원씩 직상금이 지급된 반면, 다른 회원 조합 732곳이 받은 금액은 평균 300만원으로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농협재단은 지난해 3월 율곡농협의 정기예금 예치 요청을 받고 4월까지 총 100억원을 송금한 사실도 확인됐다. 율곡농협은 강 회장이 2006년부터 2024년까지 18년간 조합장을 지낸 곳이다.
특혜성 대출과 투자, 계약도 잇따랐다. 2022년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은 상무 출신 두 명이 퇴임 후 고문과 상임부회장으로 재직 중인 한 캐피탈사에 지분투자(350억원), 한도 대출(105억원), 기업어음(CP) 매입(220억원) 등 대규모 자금을 지원했다. 그러나 해당 자금은 회수 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태다. 이 캐피탈사 고문으로 활동했던 인물은 2024년 3월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임원으로 복귀했다.
방만한 예산 관리도 문제로 지적됐다. 농협중앙회 비상임이사는 연봉과 별도로 연간 5600만원의 활동 수당을 받았고, 이사회 개최 때마다 심의수당 50만원이 지급됐다. 중앙회 임원은 퇴임 시 전별금 1000만원과 함께 순금 10돈(약 900만원 상당), 여행상품권 500만원 등 각종 부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 집행 구조의 문제도 확인됐다. 농협중앙회는 지출 항목을 사전에 정하지 않은 예산이 전체 배정 예산의 약 60%에 달했고, 지출 항목이 정해진 예산도 총회 의결 없이 변경해 집행했다. 교육지원 부문 대표인 전무이사가 상호금융 부문의 예산 편성과 집행을 총괄한 사실도 드러났다.
일부 회원 조합에서는 연체 대출 금리를 소급 인하하는 방식으로 임의 조정하고 대손충당금을 과소 설정하는 등 분식회계를 통해 재정 부실을 은폐한 사례도 적발됐다.
채용 비리도 확인됐다. 한 조합에서는 간부가 면접관에게 특정 지원자의 사진과 이름, 면접번호를 사전에 전달했고 이들은 모두 채용됐다.
정부 합동 특별감사반은 위법 소지가 큰 14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고, 지적 사항 96건에 대해서는 시정 조치와 제도 개선을 요구하기로 했다. 정부는 농협개혁추진단 논의와 연계해 농협 개혁 방안을 조속히 발표할 계획이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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