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수출 대금을 떼이거나 물류비가 폭등하는 등 수출기업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코트라는 80억원의 바우처를 긴급 편성하고 계약 취소로 발생하는 반송비용과 운임 할증료를 물류비 지원 신규 항목에 포함하면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코트라는 9일 서울 염곡동 본사에서 강경성 사장 주재로 ‘제8차 중동 상황 긴급 점검 및 대책회의’를 열고 기업들의 구체적인 피해 사례와 지원 방안을 점검했다. 현재 KOTRA ‘중동 상황 긴급대응 애로상담 데스크’에 접수된 기업들의 고충은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압축된다.
가장 먼저 맞닥뜨린 문제는 수출 대금 결제 및 바이어 교신 단절이다. 전쟁 여파로 현지 금융망이 불안해지면서 미수금 회수 방안을 묻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물류(통관)비와 보험료 폭등도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영공 폐쇄와 항로 우회로 인한 운임 할증, 통관 지연에 따른 체선료 발생 등이 대표적이다.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직원 안전 및 피난 문제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출장자가 고립되거나 현지 주재원의 대피가 필요한 상황이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및 프로젝트 차질에 따른 법적 자문 요청도 늘고 있다. 공기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발생 등 법적 분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이다.
KOTRA는 이러한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즉각적인 재정 지원과 물류 인프라 가동을 결정했다. 우선 총 80억 원 규모의 ‘긴급지원 바우처’ 예산을 편성해 오는 11일부터 접수를 시작한다. 중동 수출 비중이 높은 애로 기업에 대해서는 심사 기간을 3일 이내로 단축하는 ‘패스트트랙’을 도입한다. 선정된 기업은 최대 1억5000만 원까지 국고 지원을 받아 대체 시장 발굴이나 해외 마케팅에 사용할 수 있다.
특히 물류 분야 지원이 강화된다. 기존에는 수출 물류비만 지원했으나, 이번 사태로 인한 계약 취소 시 발생하는 반송 비용과 운임 할증료를 지원 항목에 새롭게 추가했다. UAE, 사우디, 카타르 등 중동 5개국에 운영 중인 7개 해외공동물류센터를 풀가동해 현지 적치 공간 부족 문제도 해소할 방침이다.
중동 시장은 현지에 진출한 국내 중소·중견기업 비중이 유독 높다는 게 특징이다. 강경성 사장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금액 기준 3% 수준이지만, 수출 기업 수로 보면 약 1만4000개사로 전체의 14%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코트라는 걸프 7개국(UAE, 이라크, 카타르, 쿠웨이트, 사우디, 바레인, 이란) 수출 비중이 50% 이상인 1000여 개 기업을 별도로 분류해 밀착 관리에 들어간다. 강 사장은 “에너지 이슈 등 중동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칠 직간접적 영향이 상당하다”며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우리 기업들이 입을 타격을 최소화하고, 수출 전선을 사수하는 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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