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실시한 농협 비위 근절 특별감사에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을 비롯한 핵심 간부들이 선거 관련 금품 제공 등 각종 비위 의혹에 연루된 정황이 확인됐다.
정부는 9일 농협중앙회와 자회사, 회원조합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부합동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공금 유용, 특혜성 대출·계약, 분식회계 등 위법 소지가 큰 14건에 대해 수사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감사 과정에서 지적된 96건에 대해서는 주의·경고 조치와 함께 농협이 시정조치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다.
정부는 감사 결과 농협 핵심 간부들의 위법 행위와 권한 남용, 방만한 예산 집행이 광범위하게 드러났다고 밝혔다. 내부 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금품 제공에 취약한 선거 구조가 이러한 문제를 키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강 회장은 2024년과 2025년 농협재단 사업비를 활용해 중앙회장 선거에서 도움을 준 조합장 등에게 전달할 선물과 답례품을 마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답례품 등에 사용된 비용은 총 4억9000만원으로 파악됐다.
강 회장은 또 2025년 한 지역 조합운영위원회로부터 취임 1주년 기념 명목으로 580만원 상당의 10돈짜리 황금열쇠를 받은 사실이 확인돼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도 제기됐다.
이사회가 의결한 조직개편안을 이행하지 않은 채 자의적으로 포상금을 집행하거나 재단 자금 운용 과정이 불투명하게 이뤄진 사례 등 중앙회장의 독단적 조직 운영 정황도 감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특히 농협중앙회장 등의 무분별한 직상금 집행이 문제로 지적됐다. 직상금은 중앙회장 등이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포상금 성격의 금전이다.
정부는 농협이 객관적인 성과 평가 없이 특정 회원조합이나 부서에 선심성으로 직상금을 지급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5년간 직상금 지급액은 총 75억원으로, 이 가운데 약 40억원이 중앙회장이 직접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만한 예산 및 재산 관리 실태도 드러났다. 정부는 농협 조합장과 임원들이 각종 수당과 기념품, 선물, 상조비 등을 지원받고 있으며 중앙회와 자회사 임원들도 퇴직 시 황금열쇠와 전별금을 받는 등 이른바 ‘나눠 먹기식’ 예산 집행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협은 비상임이사에게 취임 시 태블릿PC를 지급하고 연봉과 별도로 연간 5000만~6000만원 수준의 활동수당을 지급해왔다. 이사회가 열릴 때마다 50만원의 심의수당도 별도로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합장 역시 각종 회의나 이사회 참석 시 고가 기념품을 받고 있으며, 재직 중 사망할 경우 2000만원의 장례비와 10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등 과도한 상조비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상임이사 또한 연간 5600만원의 활동수당에 더해 이사회 개최 시 50만원의 심의수당을 받고 정기 대의원대회 때는 고가 기념품을 제공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연수 운영 역시 부실하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 자회사는 조합장 등을 대상으로 고가 해외 연수를 진행했으며, 2024년 호주 연수의 경우 1인당 지원액이 1000만원에 달했다. 일부 회원조합에서는 배우자를 동반한 해외 견학이나 외유성 연수도 실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회원조합의 부실 경영과 비리 사례도 확인됐다. 한 조합은 연체 대출 금리를 소급 인하하고 대손충당금을 과소 설정하는 방식으로 재무 상태를 왜곡했다. 실제로는 당기순손실이 발생했음에도 순이익 5억1000만원을 기록한 것처럼 허위 공시한 뒤 4억4000만원의 배당까지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비상임이사 배우자 업체와 특혜성 부동산 계약을 체결하거나 대출 연장 과정에서 우대 금리를 적용하는 등 임원 권한 남용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채용 청탁과 인사 규정 위반 정황도 감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정부는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확정될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농협법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협 임원에 대해 개선 명령이나 직무 정지, 견책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정부는 또 이번 감사 과정에서 접수된 익명 제보 650여건 가운데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도 우선순위를 정해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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