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종일 호랑이 생각만 했어요. 야생 호랑이처럼 본능대로 움직이려고요. 그래서인지 요즘은 옆에서 툭 하는 소리만 들려도 훨씬 빠르게 반응하는 것 같아요.”(퍼펫티어 김예진)
인도 소년 파이와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의 태평양 표류기를 담은 연극 ‘라이프 오브 파이’가 지난 7일 부산에서 닻을 올렸다. 총 109회의 서울 공연을 마친 ‘라이프 오브 파이’는 오는 15일을 끝으로 한국 초연의 막을 내린다.
파커에 생명을 불어넣는 ‘라이프 오브 파이’의 숨은 주역, 박재춘·김예진·임우영 퍼펫티어(인형조종사)를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만났다. 15kg에 달하는 호랑이 퍼펫을 움직이는 이들은 각각 파커의 머리와 심장, 다리를 맡고 있다.
세 퍼펫티어는 ‘체력 훈련’을 방불케 하는 오디션을 통과했다. 배우 출신의 김예진은 “동물 자세로 계속 움직여야 해서 온몸에 알이 배일 정도로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작년 9월부터 시작된 연습은 인간적 감정은 버리고 동물적 본능에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인형극 연출가이기도 한 박재춘은 “동물처럼 단순하게 생각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서로 보이지 않아도 하나로 움직일 수 있도록 에너지를 교류하고 믿는 게 제일 중요했다”고 말했다. 김예진은 “아무 것도 짜인 게 없는 상태에서 즉흥적으로 움직이며 서로에 집중하는 시간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파커의 생명력은 디테일에 있다. “누워 있을 때 발은 움직이지 않지만, 어깨를 들썩이면서 호흡을 이어가려고 했어요.”(김예진)
극중 파커는 파이를 살게 하는 또 다른 자아로 해석된다. 파이 역을 맡은 박정민·박강현 배우와는 어떤 호흡을 만들고 있을까. “파이와 손발이 너무 잘 맞아요. 와락 껴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연민을 느끼기도 하는데 그것을 참기가 때때로 너무 어려워요.”(박재춘)
막바지에 다다른 공연, 이들은 몸의 변화도 실감하고 있다. “팔굽혀펴기를 못 했는데 이젠 무릎을 떼고서도 거뜬해요.”(임우영)
부산=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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