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재임 중이던 2015년 기뢰에 의한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미래에 닥칠 수 있는 ‘존립 위기 사태’로 들었다. “존립 위기 사태 땐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의 안전보장 관련법 의회 심의에서다. 해협에 기뢰가 설치되면 심각한 에너지 위기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만큼 자위대를 보내 기뢰를 제거하는 활동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 일본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일본 산업·통상·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경제산업성은 미국이 이란을 공습한 지 이틀 만인 지난 2일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이 본부장을 맡는 ‘이란 정세에 근거한 에너지대책본부’를 설치했다. 이 본부는 전쟁이 일본의 에너지 공급에 미치는 영향과 석유 시장 동향, 물가 등의 영향을 정확히 파악해 신속히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이번 사태를 에너지 안보 문제로 규정하고, 본인이 맨 앞에 서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일본이 에너지를 안보 관점에서 보는 것은 미국이 올해 들어 베네수엘라와 이란을 잇달아 때린 이유와 맞닿아 있다. 베네수엘라와 이란은 원유 생산량의 80~90%를 중국에 수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국의 원유 수입길을 막아 전쟁 수행 능력을 떨어뜨리겠다는 게 미국의 의도다. 그 배경에는 과거 중동 에너지 수입처 확보에 골머리를 앓다가 ‘셰일 가스’ 혁명으로 에너지 순수출국으로 변신한 미국의 자신감도 있다. 필요하면 미국산 원유를 사라는 것이다.
일본이 에너지를 안보이자 통상으로 보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 에너지는 환경 문제다. 에너지 정책은 옛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분리돼 신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맡고 있다. 기후부에서는 ‘탄소 배출 없는 에너지’가 가장 중요하다. 현재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대응해 석유·가스 수급은 산업부가, 전력 수급은 기후부가 나눠 체크하고 있다. 두 곳 모두 긴밀히 대응하고 있다지만 일본 경제산업성처럼 한 몸으로 움직이기는 힘들다. 에너지 위기를 맞아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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