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위원회가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 규제합리화위원회로 확대 개편됐다. 정부·여당은 이를 위해 설치 근거인 행정규제기본법을 지난 2월 일부 개정했다. 기존 규제개혁위원회 때보다 민간위원이 많이 늘어났고 당연직 부위원장인 국무총리와 별도로 남궁범 에스원 고문, 이병태 KAIST 명예교수, 박용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공동 부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세 명의 민간 부위원장은 산업계·학계·정치권 출신으로 인선 발표와 함께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규제합리화위원회의 권한은 막강하다. 중앙과 지방정부에서 신설되거나 강화되는 규제는 반드시 규제합리화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하고, 필요하면 위원회는 해당 규제의 철회나 개선을 권고할 수 있다. 규제 정책은 여기를 먼저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은 것은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데 힘을 싣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를 주재하며 “대한민국엔 지나치게 처벌 중심적이며, 불합리하고 쓸데없는 규제가 꽤 있는데 대대적으로 바꿔볼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규제합리화위원회를 더 힘 있고 큰 조직으로 개편한 것은 규제 개혁이든 규제 합리화든 지금까지의 노력이 성과를 못 냈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진보·보수를 가릴 것 없이 과거 모든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경제활력을 높이기 위해 규제 개혁을 추진했지만 거의 용두사미로 끝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의 정부효율성 부문 기업 여건 순위는 최근 10년간 46~53위에 머물렀다. 법과 규제가 기업경영에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국내 경제단체의 조사를 봐도 기업의 규제개혁 체감도는 낮은 게 사실이다.
규제 개혁의 완결은 네거티브 방식으로의 전환에 있다. 법률이나 규정으로 명확하게 금지한 것이 아니면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시스템이다.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나타나고 사회는 갈수록 복잡해지는데,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일일이 법과 규정에 담으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어불성설이다. ‘우선 허용, 사후 규제’ 원칙은 우리 행정규제기본법(제5조의 2)에도 명문화돼 있다. 하지만 경제 현장에는 온갖 규제 법령이 얽히고설켜 있다. 법령으로 허용한 것을 빼고는 모두 금지하는 전형적인 포지티브 방식이다. 일일이 허락받으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혁신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래서야 기업에 혁신을 장려할 수 없다.
과거 정부들은 ‘규제 전봇대 뽑기’ 같은 정책을 시도했지만 규제 장벽을 깨는 데에는 대부분 이르지 못했다. 전체 소비자 이득과는 무관하게, 자신들의 이익 훼손을 우려하는 다양한 기득권 세력의 반발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성 대기업 노조를 비롯해 거대 직역단체 등 기득권 이익집단이 목소리를 높이고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여기에 휘둘리면서 반드시 이뤄야 할 규제 개선조차 유야무야되기 일쑤였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자영업자와 시민사회단체의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 완화 반대 시위가 우려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버 차량공유서비스는 그렇게 좌절됐다.
이재명 정부의 규제합리화위원회가 의욕에 걸맞은 성과를 내려면 진통을 겪더라도 기득권 계층을 설득하고 반발을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 기득권과의 타협이 아니라 나라의 미래를 보고 나아가는 뚝심이 필요하다. 정부는 결과물을 통해 존재를 정당화해야 한다. 성공한 정부로 남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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