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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兆 원전 해체시장 열린다…두산 - 한전KPS 격돌

입력 2026-03-09 17:29   수정 2026-03-10 08:20

지난해 고리 원자력발전 1호기 해체 결정이 내려진 뒤 첫 원전 대형폐기물 처리 입찰이 이달 진행된다. 이번 승자는 향후 10조원이 넘는 국내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어 관련 업계가 입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전업계 전통의 강자인 두산그룹 컨소시엄과 원전 정비 전문업체인 한전KPS-오르비텍 컨소시엄이 양강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수산그룹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 12년 전부터 해체 시장 대비한 두산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오는 17일까지 ‘고리 본부 대형폐기물 처리 용역’ 사업 입찰 계획서를 받는다. 고리원전 1·2호기에 쓰인 원자로상부헤드(ORVH)와 증기발생기(OSG) 각 두 대를 해체하는 사업이다. 원자로상부헤드는 핵분열이 일어나는 원자로를 덮어 고압·고온의 열과 방사능 등이 새지 않도록 뚜껑 역할을 하는 기기다. 증기발생기는 원자로에서 가열된 경수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증기를 만들어낸다. 이들 부품엔 방사성 분진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아 해체 과정에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총사업비는 299억원. 이번 사업을 성공적으로 처리할 경우 총 9000억원 안팎의 고리 원전 1기 해체 사업을 상당 부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원전업계는 수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경쟁력 있는 기업과 컨소시엄을 꾸리고 있다. 두산그룹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 국내 모든 원전의 주기기를 제작해 공급한 원전 제조 기술력을 갖췄다. 제조 경험과 기술, 인력을 적절히 활용하면 해체 과정에서 방사능 유출 등 사고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다. 두산그룹은 원전 해체 시장에 발 빠르게 대비해 왔다. 2014년 원자력해체센터를 설립하고 절단 장비와 건식저장용기(캐스크) 등 100여 개의 원전 해체 장비를 개발했다. 원전업계와 관련 전문가 중에 두산그룹 출신이 많다. 원전 관련 부처인 산업통상부의 김정관 장관이 두산에너빌리티 사장 출신이다.
◇ 강소 중기와 컨소시엄 꾸린 한전KPS
한국전력의 정비 자회사인 한전KPS 컨소시엄도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국내 주요 공기업으로 정부와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데다 현재 국내 원전의 60%를 단독으로 정비하고 있다. 2009년 월성원전 1호기 수명 연장 당시 원자로 압력강 교체 공사를 최단기간 마무리하는 등 원전 정비 이력이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는 한전KPS가 방사성 폐기물 처리 기술을 확보한 오르비텍을 컨소시엄으로 끌어들인 것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오르비텍은 지난해 말 국내 유일의 원전 해체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원자력환경복원연구원에 방사성 금속·콘크리트 제염 설비를 구축해 주목받았다. 2010년부터 약 30개의 해체 관련 기술에서 20개 이상 특허를 확보하는 등 원전 해체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이들 컨소시엄은 두산그룹 컨소시엄에 비해 체급이 다소 밀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력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의 지난해 매출(17조578억원)만 해도 한전KPS-오르비텍 양사 매출(1조6344억원)의 열 배 규모다. 두산그룹은 ‘공기업 가점’ 가능성을 대비해 한국전력기술을 컨소시엄으로 끌어들이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크호스로 분류되는 수산그룹은 세안에너텍, 코라솔 등 원전 강소기업과 컨소시엄을 꾸렸다. 수산그룹은 2020년대 초부터 원전 해체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관련 기술을 확보했다.
◇ 해외 해체 시장 진출 주춧돌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이 고리원전 1호기 해체에 앞서 실증 경험을 확보할 수 있는 ‘전초전’으로 판단한다. 이번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은 원전 해체 단계별로 최적의 방사성 폐기물 처리 방안을 제안하기 때문이다. 입찰 결과는 이르면 이달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 해체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9년 설계 수명이 다하는 원전은 총 12기다. 이들 원전 해체 시장만 해도 11조원에 육박한다. 해외 시장은 더 크다. 업계 관계자는 “2050년 원전 해체 시장이 400조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며 “국내 시장에서 경험을 쌓으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원종환/안시욱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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