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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의류 덮친 '중동 플레이션'…밀·대두·귀리값 일제히 치솟아

입력 2026-03-09 17:30   수정 2026-03-09 17:31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제 유가를 끌어올리면서 식품, 의류 등 생활물가가 줄줄이 오를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터진 지 1주일 만에 밀, 대두(콩) 등 국제 곡물 가격은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세계 섬유의 70%를 차지하는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등 합성섬유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패션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9일 한경에이셀(Aicel)과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밀(5.2%), 대두(4.6%), 귀리(3.9%), 옥수수(3.9%), 원당(1.5%) 등 주요 국제 원자재 가격은 전쟁 직전인 지난달 27일보다 일제히 상승했다. 밀 가격이 가장 가파르게 올랐다. 국제 밀 가격은 부셸당 6.2달러로 2024년 6월 후 20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대두 가격도 부셸당 12.1달러로 2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주일 새 국제 유가와 운임이 빠르게 오르면서 원자재 가격도 본격적인 상승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입 원재료 의존도가 높은 국내 식품사는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자 식품사는 빵, 과자, 라면 등의 판매가를 인상했다. 제빵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원재료를 직접 수입하지 않더라도 국제 시세가 오르면 제품 판매가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류산업도 값싼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부터 고가 명품까지 가릴 것 없이 비상이 걸렸다. 자라, 유니클로, 스파오 등 SPA 브랜드가 주로 사용하는 값싼 합성섬유는 유가와 긴밀하게 연동된다. 석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부재료를 기반으로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등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주요 생산국인 중국에선 합성섬유 거래가가 벌써 치솟았다. 중국 원자재 시장조사업체 선서스에 따르면 폴리에스테르의 t당 가격은 지난 3일 8375위안에서 8일 8687.5위안으로 4% 가까이 올랐다.

물류비 상승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스파오, 미쏘 등을 운영하는 이랜드그룹은 인건비가 낮은 베트남과 인도 공장에 제조를 맡기고 있는데, 국제 운임 상승이 지속되면 직격타를 맞을 수 있다. 명품업계도 럭셔리 소비의 핵심 시장인 중동 시장이 불안정해지면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가격을 잇달아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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