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내부 비리와 방만한 운영 실태가 정부 감사에서 무더기로 드러났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사진)은 연봉과 별도로 포상금 성격의 ‘직상금’을 최근 5년간 약 40억원 받았고, 농협재단 간부는 쌀 소비 촉진 캠페인 사업비를 빼돌려 자녀 결혼식 비용과 가구 구입비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정부는 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농협에 대한 ‘정부 합동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에선 강 회장을 중심으로 핵심 간부의 비위와 전횡이 다수 적발됐다. 농협재단 핵심 간부 A씨는 쌀 소비 촉진 캠페인 사업비 1억3000만원을 유용해 안마기 등 가구를 구입하고, 일부는 자녀 결혼식 비용으로 썼다.
직상금도 무분별하게 집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년간 강 회장은 직상금으로 39억8000만원을, 농협중앙회 부회장은 18억8000만원, 상호금융 대표는 14억8000만원을 받았다.
특혜성 대출과 투자, 계약도 잇달았다. 2022년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은 상무 출신 두 명이 퇴임 후 고문과 상임 부회장으로 재직 중인 한 캐피털사에 지분 투자(350억원), 한도 대출(105억원), 기업어음(CP) 매입(220억원)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지원했다. 이 자금은 회수가 불확실한 상태다. 이 캐피털사 고문으로 활동하던 인물은 2024년 3월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임원으로 복귀했다.
농협재단은 지난해 3월 강 회장이 2024년까지 18년간 조합장을 지낸 율곡농협의 정기예금 예치 요청을 받고 그해 4월까지 100억원을 송금한 사실도 확인됐다.
예산 집행 구조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농협중앙회는 지출 항목을 사전에 정하지 않은 예산이 전체 배정 예산의 약 60%에 달했다. 지출 항목이 정해진 예산도 총회 의결 없이 변경해 집행했다.
일부 회원조합에서는 연체 대출 금리를 소급 인하하는 방식으로 임의 조정하고, 대손충당금도 과소 설정하는 분식회계를 통해 부실한 재정을 은폐한 사례가 적발됐다.
채용 비리도 만연해 있었다. 한 조합에서는 간부가 면접관에게 특정 지원자의 사진과 이름, 면접번호를 사전에 전달했고 이들은 모두 채용됐다. 정부 합동 특별감사반은 위법 소지가 큰 14건을 수사 의뢰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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