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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장기화 땐 반도체·자동차도 '3중고'

입력 2026-03-09 17:37   수정 2026-03-10 00:51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한때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하자 정유·석유화학뿐만 아니라 반도체, 가전, 자동차 등 다른 주력산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장은 미리 확보한 재고와 공급망 다변화 등으로 버틸 수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물류비 및 원자재 가격 급등, 수요 위축이라는 ‘3중고’에 빠질 수밖에 없어서다.

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브롬, 헬륨 등 핵심 공정 소재 재고를 수개월 치 확보하고 있다. 단기적인 수급 차질 가능성은 작다는 의미다. 주력 수출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는 항공 운송 비중이 높아 해상 물류 대란 영향권에서 비교적 벗어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다. 유가 상승분이 전력 요금에 반영되면 제조 원가 압박이 본격화한다. 24시간 가동하는 반도체 팹(fab) 특성상 전기료 인상은 수익성 악화와 직결된다. 고유가에 따른 글로벌 빅테크의 투자 심리 위축도 국내 반도체산업에 중장기적 위협 요인이 될 전망이다.

자동차와 가전산업은 주요 거점별 현지 생산 체제가 구축돼 있는 데다 운송 중인 물량이 상당해 당장 공급 중단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고유가가 굳어지면 물류비 인상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TV, 냉장고 등 대형 가전일수록 해상 운임 상승 여파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업계 역시 운반선 운임 상승 등 수출 비용이 오르면 직격탄을 맞는다. 현대차·기아는 연비가 L당 15㎞를 웃도는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생산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섬유업계는 석유화학 원료 가격 상승과 중동 수출길 차단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태광산업 직물사업부는 이번 중동 사태 이후 제품 생산·수출 라인이 사실상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중동 시장을 타깃으로 아바야 및 로브 직물을 연간 수백억원씩 수출해왔는데, 최근 해상 운임과 보험료 상승으로 배를 한 척도 띄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채연/안시욱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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