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하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한때 120달러에 육박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인 2022년 6월 후 3년9개월 만이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속에 국내 정유사의 중동산 원유 수입은 오는 24일을 끝으로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확인됐다. 최악의 경우 경제의 대동맥인 정유 설비 일부가 셧다운(가동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브렌트유는 9일 한때 배럴당 119.50달러를 기록했다. 전날 대비 29% 급등한 수치로 1988년 이후 38년 만에 가장 큰 하루 상승폭이다.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주에도 28% 뛰었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역시 31% 급등해 배럴당 최고 119.48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정유사는 원유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막혔기 때문이다. 전체 원유의 69.1%를 중동에서 수입하는 한국 정유사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글로벌 해운 데이터 분석업체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한국으로 향하는 중동발(發) 초대형원유운반선(VLCC·20만t 이상)은 17척에 불과하다. 평소의 절반 수준이다. 이마저도 24일 GS칼텍스 입항 선박을 마지막으로 중동산 원유 수입은 당분간 끊길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와 중남미를 포함해 세계 각국에서 국내로 입항할 예정인 VLCC도 현재 30척에 그친다. 총수송량은 최대 6600만 배럴로 한국의 정유시설 정제 능력(하루 336만 배럴)을 기준으로 한 달 안에 모두 소비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날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주유소의 휘발유·경유 판매 가격을 제한하는 최고가격제를 이번주 시행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유류세 인하폭을 더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김진원 기자/뉴욕=박신영 특파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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