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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섬에 따라 오일 쇼크에 대한 노출도가 가장 높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인플레이션 위험이 가장 크며, 보조금이나 유류세 지원 등 재정 정책을 활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과 대만, 일본 등은 유가 상한제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준비중이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피치 레이팅은 유가 상승이 보조금과 수입 비용을 증가시키고 송금, 관광 및 투자 흐름을 저해하여 신흥 시장에 새로운 신용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인도와 필리핀은 순 화석 연료 수입액이 국내총생산(GDP)의 3%를 초과해 가장 큰 위험에 처한 국가로 지목됐다.
노무라 홀딩스는 오일 쇼크에 가장 많이 노출된 국가로 태국,한국,대만,인도,싱가포르,일본을 꼽았다.
이는 에너지 집약도와 공급되는 에너지 가운데 화석 연료 비중이 높고, 중동으로부터의 에너지 수입 비중, 에너지 무역 수지 네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오일 쇼크 노출도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 태국이 101.2로 가장 높고, 한국이 100.8, 대만과 인도·싱가포르가 동일한 100.5, 일본이 100.4, 중국이 100.1로 집계됐다.
산유국인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호주도 99.8에서 98.4 사이의 노출도를 기록했다.
노무라 홀딩스의 경제학자인 소날 바르마는 “차질이 지속되면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어 4월이 중요한 달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에 따라 각국이 소비자 및 운송 사업자에 대한 보조금 증액이나 유류 소비세와 원유 및 정제 제품에 대한 수입관세 인하 등의 재정 정책을 1차 방어선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정 압박이 공통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아시아 국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대부분 높아 에너지 부족과 가격 급등에 취약한 상황이다. 중동 전쟁 발발 이전부터 일본을 비롯, 대부분 공공 부채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각국 정부가 새로운 충격을 흡수할 재정 여력도 매우 제한적이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재정을 동원하지 않을 경우 그 피해는 더욱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가속화돼 경제 성장에 필수적인 소비 지출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정책 전망의 급격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으며 시장에서는 중앙은행들이 통화 완화 정책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날 인도 루피, 인도네시아 루피아, 필리핀 페소는 모두 미국 달러 대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역내 중앙은행들의 매파적 전망을 반영하면서 신흥 아시아 채권도 글로벌 매도세에 휩쓸렸다. 인도네시아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4베이시스포인트(1bp=0.01%) 상승했고, 태국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0 bp 올랐다.
경제적 타격의 심각성은 유가 급등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에 달려 있는 가운데 일부 국가는 경제 보호 조치에 나섰다.
한국은 이 날 유류 최고가격제를 금주중 시행한다고 밝혔으며 이후에도 유가가 더 상승할 경우 유류세 인하와 전략 비축유 방출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만은 이미 주간 유가 인상 상한제를 도입했으며, 일본도 휘발유 가격이 허용 가능한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베트남은 연료 수입 관세를 철폐할 계획이며, 수출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자국 원유는 국내 정유 시설에 우선 판매하기로 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도 향후 두 달간 휘발유의 보조금 지급액을 동결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인도 인더스인드 은행의 수석 경제학자인 가우라브 카푸르는 “유가가 10% 이상의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일 경우 인도의 인플레이션은 30bp 상승하고 경제 성장률은 약 15bp 하락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정부가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소비세와 세금을 인하함으로써 이러한 영향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 수입량이 가장 크지만, 세계 5위권 산유량을 기반으로 한 막대한 비축량과 러시아로부터의 수입 확대 가능성,급속히 확대되는 전기차 등 전기화 진행으로 공급 차질에 비교적 잘 대처할 것으로 분석가들은 전망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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