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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한일전 '졌잘싸'… 노동분쟁에도 '졌잘싸' 있다

입력 2026-03-10 17:30  



대한민국 6 : 8 일본. 이번 2026년 WBC 한일전에서도 패함으로써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한일전 연패 숫자를 11로 늘렸다. 하지만 최근의 한일전과 달리 이번에는 초반에 거세게 일본팀을 몰아붙여 리드를 잡고, 역전을 당한 후에도 따라잡는 등 예전의 무기력한 패배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평이다. 특히 이번 야구 대표팀은 젊은 선수들 위주로 구성하여 세대교체 중임을 고려하면, 비록 패했지만 가능성을 봤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을 만한 경기였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할 만한다. 결국 호주전에서는 야구 시합에서 점수 맞추기라는 초유의 경우의 수를 뚫고 WBC 본선에 오르기도 했다.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분쟁에서는 이기는 것이 최선이고, 분쟁 당사자로서는 당연히 바라는 결과이다. 하지만 꼭 이기려고 하는 분쟁도 있지만 전략적으로 하는 분쟁도 있고, 어쩔 수 없이 분쟁을 당하게 되었을 때 비록 패하더라도 얻는 것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실은 다음 스텝을 위해 부수적으로 얻는 것을 노려야 할 때도 있고, 이는 노동 관련 분쟁에서 더욱 많이 보인다. 노동분쟁에서의 '졌잘싸' 사례를 살펴본다.

<i>#사례1</i>
징계해고의 정당성이 다투어지는 분쟁이다. 징계를 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사유가 있더라도 가장 중한 해고의 양정이 적정한지가 주로 쟁점으로 다루어지는데, 회사 입장에서 해고에 정당한 사유가 있고 양정도 적절하다는 판단을 받으면 최선이겠지만, 패소를 하더라도 차선으로 징계를 할 만한 사유가 있다는 점을 인정받으면, 추후 해고보다 낮은 징계를 함으로써 직장규율을 세울 수 있고, 다른 징계사유가 새로 발생하였을 때 다시 해고를 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해고 자체가 조합원에 대한 불이익 조치 혹은 노동조합 활동에 관한 지배개입으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에도 설령 양정이 과다하여 부당해고라고 인정이 되더라도 징계사유가 인정이 되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i>#사례2</i>
통상임금 분쟁이다. 통상임금 분쟁을 진행하다 보면 회사 내부적으로도 여러가지 방면으로 임금제도가 체크되고, 새롭게 파악되는 부분도 있으며 전반적으로 회사의 제도가 정리되는 측면도 있다. 회사로서는 쟁점이 된 A, B 수당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좋겠지만, A, B 수당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판단을 받더라도, 결국 소송이 금전청구라는 점을 고려하여 지급해야 하는 금전을 최소화한다면 졌잘싸가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법리가 이른바 최소기준의 원칙이라는 것이고, 근로자가 통상임금의 범위에 관하여 임금 항목별로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 중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을 개별적으로 취사선택하여 법정수당을 산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대법원 2025. 1. 23. 선고 2019다204876 판결). 예를 들어 사규나 단체협약상 기본급만 통상임금으로 취급하되, 시수(실무상 용어로, 법률용어로는 ‘월의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 수’)를 180시간으로 하고 있는데, 분쟁 과정에서 상여금이 추가로 통상임금으로 인정되었으나, 토요일이 유급처리되고 있는 점도 함께 인정받은 경우이다. 그렇다면 법적으로는 (기본급 + 상여금) ÷ 243으로 통상시급(a)을 산정해야 하는데, 기존에 회사가 계산하던 방식인 기본급 ÷ 180으로 산정한 통상시급(b)와 비교해보아야 하고, 통상시급(a) ? 통상시급(b)으로 구한 값에 연장근로시간 등을 곱하여 산정한 금액만 지급하면 된다. 만약 통상시급(b)가 통상시급(a) 보다 크면 회사는 더 지급할 것이 없고 소송에서 승소한다.

<i>#사례3</i>
부당노동행위 분쟁이다.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려면 노동조합의 조직 또는 운영이나 활동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의사가 인정되어야 하는데, 문제된 행위가 노동조합의 조직 또는 운영에 관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의 객관적 요건을 갖춘 것처럼 보이더라도, 시설관리권 행사 등의 의사로 조치를 행하였다고 인정받아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부정되면 전체적으로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사례 중에 노동조합 활동에 관한 사내 이메일 계정의 수신차단과 노동조합 활동에 관하여 사내 이메일 계정을 통한 경고장 발부 행위가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의 객관적 요건을 갖춘 것처럼 보이지만, 사규 및 사내이메일 계정의 운용실태 등 여러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부정된 예가 있다(서울고등법원 2019. 11. 1. 선고 2019누46734 판결).

<i>#사례4</i>
한편, 부당노동행위의 주체는 ‘사용자’이므로 회사의 간부급 직원의 발언이나 조치가 부당노동행위인지 여부가 다투어지는 사건에서 해당 직원이 사용자인지 여부도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직급, 조직 내에서의 위치, 보유하고 있는 권한 등이 고려할 사정이 되는데, 분쟁 과정에서 해당 직원이 사용자로 인정이 되었을 때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생기지만, 단체협약상 조합원의 범위와 관련하여 이견이 있는 경우라면 해당 직원에 해당하는 직급은 조합원의 범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i>#사례5</i>
최근 몇 년간 노동분쟁에서 꾸준히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근로자파견 분쟁이다. 주된 쟁점은 법률관계의 실질이 도급인지 근로자파견인지 여부이고, 근로자파견으로 인정되면 고용이 간주되거나 도급인 측에 고용의무가 발생한다.

근로자파견 분쟁은 도급인 입장에서 외주로 운영 중인 업무를 직영으로 운영해야 할 수도 있는 사업적으로도 중요한 분쟁이고, 직고용한 근로자의 수가 급격히 늘어날 수도 있어 인사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할 수밖에 없는 분쟁이다. 그런데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되어 고용이 간주되거나 고용의무가 발생하였을 때 해당 수급업체 근로자에 대한 직고용 이후 처우는 ‘동종·유사 근로자’의 존부에 따라 달라지고, 만약 도급업체에 ‘동종·유사 근로자’가 있다면 해당 ‘동종·유사 근로자’와 동일한 처우를 해주어야 하는 반면, ‘동종·유사 근로자’가 없으면 기존에 수급업체에 소속되어 있을 때 받던 처우를 유지해도 무방하다. 그렇기 때문에 ‘동종·유사 근로자’의 존재는 도급인 입장에서 재무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근로자파견에 관한 분쟁을 제기하려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도급인으로서는 아쉽게도 근로자파견 쟁점에서 패소하여 해당 영역을 직영으로 운영하게 되고, 근로자의 수도 상당히 늘어날 수 있지만, 만약 ‘동종·유사 근로자’의 존부에 관한 쟁점만이라도 방어를 하게 된다면 재무적인 효과는 최소화 할 수 있다. 졌잘싸가 되는 것이다. 도급인으로서는 특히 이 점을 고려하여 평소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형성하거나 분쟁 시 대응을 적절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인사노무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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