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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승호 와이즈파트너즈 대표 "기업은 이제 두 개의 법정에서 동시에 싸워야 합니다"

입력 2026-03-10 13:18   수정 2026-03-10 13:19



법원의 판결문이 나오기까지 평균 2년. 그러나 대중의 판단은 48시간 안에 굳어진다. 법리가 지배하는 법정과 민심이 판단하는 여론의 장, 이 두 개의 법정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26년간 기업의 위기대응 현장을 누빈 최승호 와이즈파트너즈 대표가 소송PR 전문서 ‘소송PR의 정석’을 출간했다. 2024년 ‘위기대응의 정석’, 2025년 ‘주장하지 말고 논증하라’에 이은 일곱 번째 저서다. 서울 서초동 와이즈파트너즈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Q. 소송PR이라는 개념이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합니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현장에서 기업의 위기를 다루다 보면 소송이 시작되는 순간 커뮤니케이션이 멈추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습니다. ‘소송 중이니 말을 아끼자’는 논리인데, 그 사이 여론은 이미 결론을 내립니다. 법적으로 이기고도 평판에서 지는 기업이 적지 않습니다. 소송이라는 특수한 위기 상황에서 법정 안과 밖을 동시에 관리하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을 체계화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국내에는 번역서를 통해 소송PR 개념이 단편적으로 소개되었을 뿐, 한국의 기업 환경과 법률 시스템을 반영한 전문서는 없었습니다.

Q. 전작 ‘위기대응의 정석’과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A. ‘위기대응의 정석’이 위기 유형별로 20가지 대응 전략을 제시하는 ‘4×20 위기대응 전략’ 프레임워크를 다뤘다면, 이번 책은 ‘소송’이라는 특수한 위기 상황에 초점을 맞춰 방법론을 심화ㆍ발전시켰습니다. 소송은 단순한 법률 분쟁이 아니라 기업의 평판과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총체적 위기입니다. 법적 책임을 수반하는 상황에서는 일반적인 위기대응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법관에게는 법리로, 대중에게는 상식으로 말하되 그 본질은 하나여야 합니다. 이것이 소송PR의 핵심인 ‘동시성과 일관성’입니다.

Q. 책에서 제시하는 ‘소송PR 6단계 전략’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A. 이 책의 핵심 프레임워크입니다. 소송 제기 전 단계인 Stage 0부터 판결 이후인 Stage 5까지 소송의 전체 생애주기를 6단계로 나누어 각 단계별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체계화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소송이 시작된 후에야 대응을 고민하는데, 실제로는 소송 제기 전 단계에서의 선제적 커뮤니케이션이 전체 흐름을 좌우합니다. 소송이 제기되기 전에 이해관계자를 어떻게 관리하고, 어떤 내러티브를 선점하느냐가 2년 후 판결 이후의 평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Q. 100개의 국내외 사례를 수록했습니다. 특별히 인상적인 사례가 있다면?

A. 14개 카테고리로 분류된 100개 사례를 부록에 실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의 소송PR 성공과 실패 사례를 모두 담았는데, 공통된 교훈이 있습니다. 법정에서 승소했지만 여론에서 패소한 기업, 반대로 법적으로는 불리했지만 여론의 지지를 얻어 결과적으로 유리한 합의를 이끌어낸 기업, 이 두 가지 유형이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결국 소송PR의 성패는 법무팀과 커뮤니케이션팀이 처음부터 한 테이블에 앉아 같은 목표를 공유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Q. 소송PR 분야에서 최근 주목할 만한 트렌드가 있습니까?

A. 책에서 5대 트렌드를 정리했는데,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법정 밖 전쟁’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졌다는 점입니다. 소셜미디어와 실시간 뉴스 환경에서 소송 관련 정보가 순식간에 확산됩니다. 과거에는 판결문이 나온 후에야 언론이 보도했지만 지금은 소장 접수 단계부터 여론전이 시작됩니다. 주주행동주의의 확산, ESG 관련 소송의 증가, 그리고 디지털 환경에서의 평판 리스크 확대까지 기업이 소송PR을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할 이유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Q. 이 책이 필요한 독자는 누구입니까?

A. 경영진, 법무 담당자, PRㆍ홍보 담당자, 위기관리 담당자 모두가 대상입니다. 소송 상황에서 이 네 그룹이 같은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공통의 프레임워크가 필요합니다. 법무팀은 법리에만, PR팀은 여론에만 집중하는 사일로 구조로는 소송이라는 복합 위기를 관리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이 경영진부터 실무자까지 같은 관점과 언어로 소송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실무 가이드가 되기를 바랍니다.

Q. 올해 초 설립된 와이즈파트너즈 대표를 맡으셨습니다. 어떤 회사인지 소개해 주십시오.

A. ‘최고경영자를 위한 거버넌스 & 위기대응 파트너’로 박영숙 사장님이 창립자(Founder)이시고, 저는 창립 파트너(Founding Partner)로 합류했습니다. 특히 패밀리 오피스와 패밀리 비즈니스의 거버넌스와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 이슈에 집중할 예정인데, 한국은 패밀리 비즈니스의 상장사 비중이 높다 보니, 경영진과 이사회가 법과 제도만이 아니라 시대정신과 복잡한 이해관계자 역학까지 읽어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패밀리오피스 거버넌스, 주주행동주의 대응, 승계 전략, CEO 포지셔닝, 다음 세대 리더십 교육, 위기대응, 소송 커뮤니케이션까지 폭넓게 지원합니다.

Q. 글로벌 차원의 협력도 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A. 오늘날 기업들은 복잡하고 심화된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에 직면해 있어 국내 시각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와튼스쿨 패밀리 비즈니스 권위자인 Raffi Amit 교수는 거버넌스 최적화, 승계 전략, 패밀리 오피스 설립, 패밀리 구성원 간의 관계 조율의 영역에서 글로벌 자문역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혁신적인 경영 및 리더십 시스템 Red Helicopter 설립자인 James Rhee는 소수 지분 투자자로서 다음 세대 리더십 교육과 글로벌 가치 창출 영역을 지원합니다. 두 분 모두 오랜 기간 협력해 왔고, 한국의 특수성과 글로벌 트렌드를 균형 있게 반영한 거버넌스 최적화, 승계, 차세대 리더십 교육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자 합니다.

Q. ‘두 개의 법정’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경영진에게 한 말씀 부탁합니다.

A. 소송이 시작되면 많은 경영진이 변호사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침묵합니다. 하지만 변호사가 지키는 것은 법정에서의 승소이고, 기업의 평판과 이해관계자 신뢰는 또 다른 전장입니다. 소송PR의 출발점은 이 두 가지를 별개가 아닌 하나의 전략으로 통합하는 것입니다.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훨씬 전에 대중의 판결은 이미 내려집니다. 소송 초기부터 법무팀과 커뮤니케이션팀이 한 테이블에 앉는 것, 그것이 이 시대 기업 생존의 필수 조건입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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