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서 유행하던 간식인데 주말에는 3시간 기다렸어요."
10일 서울 성수동의 한 베이커리 앞에서 만난 방문객의 말이다. 또 다른 방문객은 "두쫀쿠 다음 어떤 디저트가 유행할까 궁금했는데 친구가 버터떡이라더라"고 말했다.
최근 SNS와 배달앱을 중심으로 '버터떡'이 새로운 디저트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식감이 특징으로, 성수동 등 서울의 유명 디저트 상권을 중심으로 '오픈런' 현상까지 나타나며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버터떡은 중국 상하이에서 시작된 간식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중국 커피 프랜차이즈 '루씨허'의 버터떡이 대표적인 메뉴로 꼽힌다. 현지에서는 4개 기준 약 20위안(약 4000원) 수준으로 판매된다. 최근 중국 SNS 플랫폼 샤오홍슈와 여행 브이로그 등을 통해 한국 소비자들에게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유행이 번졌다는 분석이다.

이날 오전 서울 성수동의 한 베이커리 카페. 버터떡이 나오는 시간은 오전 10시지만 매장 앞 계단에는 이미 수십 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오전 9시 55분 기준 대기 인원은 약 30명. 매장 문이 열리기도 전에 긴 줄이 형성되며 오픈런 풍경이 펼쳐졌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줄을 섰다는 김희은(27)씨는 "근처에 볼일이 있어 들렀다가 SNS에서 버터떡이 유행이라는 걸 보고 사러 왔다"며 "30분 사이 뒤로 8~10명이 더 줄을 서더라"고 말했다.
버터떡 열풍은 서울을 넘어 수도권 곳곳에서 찾아온 방문객들로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서 왔다는 직장인 조수림(28)씨는 "친구가 먼저 먹어봤는데 맛있다고 하더라"며 "예전에 두쫀쿠도 줄 서서 먹어봤고 요즘 유행하는 간식은 웬만하면 다 먹어보는 편이라 버터떡도 먹으러 왔다"고 덧붙였다.

이 카페는 하루 평균 1000~1500개의 버터떡을 생산한다. 버터떡은 매 정각마다 추가로 만들어 판매되지만 당일 생산량은 대부분 그날 모두 소진된다. 품절 이후에도 버터떡을 찾으러 온 손님들이 빈손으로 돌아가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매장 매니저 유서현(26)씨는 "지난달 27일 상하이 버터떡이 SNS에서 화제가 된 것을 보고 메뉴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바로 다음 날부터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마케팅 비용을 전혀 쓰지 않았는데도 예전에 팝업 이벤트를 할 때보다 손님이 더 많다. 손님 10명 중 7명 정도는 버터떡을 사러 온다"고 설명했다.

압구정의 한 베이커리 카페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이곳에서는 오전 10시에 준비한 버터떡 100개가 매장 오픈과 동시에 모두 판매됐다. 매장 앞에는 '버터떡 웨이팅'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진열대에는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디저트 '두쫀쿠'가 재고로 남아 있었다. 디저트 유행이 두쫀쿠에서 버터떡으로 옮겨간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날 대부분의 손님들은 버터떡이 품절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렸다.
버터떡을 찾아 여러 매장을 돌아다녔다는 김경환(27)씨는 "오늘 휴일이라 버터떡을 먹어보려고 왔는데 파는 곳이 많지 않아 여러 곳을 돌고 있다"며 "상하이 여행 브이로그에서 버터떡을 보고 궁금해졌다. 직접 여행을 가지 못하니까 한국에서라도 먹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부 매장에서는 웨이팅 시간이 4시간에 달했다는 후기까지 등장하고 있다. 한 방문객은 "토요일 오후 2시에 방문했는데 픽업은 오후 6시부터 가능하다고 안내받았다"고 전했다.

온라인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버터떡 열풍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버터떡 관련 인스타그램 릴스와 유튜브 쇼츠 영상은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관심을 끌고 있고,
먹방 유튜버와 여행 유튜버, 리뷰 유튜버 등 다양한 콘텐츠 제작자들이 잇따라 관련 영상을 올리고 있다.버터떡 레시피 역시 빠르게 퍼지고 있다. 버터에 찹쌀가루와 타피오카 전분을 섞어 만드는 간단한 조리법이 SNS에서 공유되면서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콘텐츠도 늘고 있다.
가격 경쟁력 역시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버터떡은 보통 개당 2000원 이하로 최근 유행한 다른 디저트보다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수요가 몰리면서 일부 매장에서는 1인당 구매 수량을 10개 또는 3세트(세트당 5개)로 제한하고 있다.

검색 데이터도 급격한 관심 증가를 보여준다. 글로벌 검색 분석 서비스 구글트렌드에 따르면 '버터떡'의 국내 검색 관심도는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사실상 검색량이 없는 수준이었지만 이달 들어 급격히 상승했다.
지난 3일 2였던 관심도 지수는 5일 8, 6일 25, 7일 38, 8일 52로 급등해 이날 100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불과 5일 만에 1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이날 배달앱 쿠팡이츠에서는 기존 인기 메뉴였던 봄동비빔밥을 밀어내고 버터떡이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오픈 직후부터 버터떡을 판매하는 업체 대부분이 품절되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버터떡 열풍을 두고 '억지 유행'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선도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디저트 트렌드가 지나치게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피로감을 호소하는 반응도 적지 않다.
한 누리꾼은 "봄동비빔밥 유행이 끝나가니까 이번에는 버터떡이 유행이라고 한다"며 "유행은 누가 만들고 누구에 의해 끝나는 건지 모르겠다. 따라가기도 벅차다"고 적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이제는 버터떡 유행이냐"며 "유행의 시작이 어디인지 밝혀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이 유행에 농락당하는 느낌"이라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최근 디저트 트렌드가 SNS를 중심으로 의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유행이 이렇게 빨리 바뀔 리가 없다", "자영업자나 마케팅이 만들어낸 억지 유행 아니냐", "중국에서 유행하는 음식이 갑자기 국내에서 동시에 뜨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 "중국발 억지 유행 같다"는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SNS와 쇼츠 콘텐츠를 중심으로 디저트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하는 '초단기 유행'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두쫀쿠, 봄동비빔밥에 이어 등장한 버터떡이 이번 디저트 유행의 다음 주자로 자리 잡을지 관심이 모인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SNS에서 특정 디저트가 화제가 되면 편의점이나 프랜차이즈 브랜드들도 빠르게 제품 개발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며 "두쫀쿠 때처럼 버터떡 역시 관련 제품이 잇따라 출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SNS에서 공유되는 레시피를 참고해 매장이나 브랜드들이 비슷한 메뉴를 빠르게 만들기도 한다"며 "수요가 계속 이어질 경우 버터나 찹쌀가루 등 관련 재료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억지 유행' 논란이 커질 경우 열풍이 예상보다 빨리 식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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