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럭셔리 패션 하우스 아크리스(AKRIS)가 프랑스 파리에서 2026년 가을·겨울(F/W) 컬렉션을 공개했다. 이번 컬렉션은 세계적인 섬유 예술가 올가 드 아마랄과의 협업을 통해 소재의 촉감과 구조적 미학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아크리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버트 크리믈러는 이번 컬렉션의 출발점을 ‘언어가 아닌 촉각과 질감’이라고 설명했다. 직물의 촉감과 구조 자체가 하나의 표현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인식으로 컬렉션을 디자인했다.
컬렉션의 영감은 지난해 9월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시작됐다. 크리믈러는 보고타를 방문해 올가 데 아마랄과 대화를 나누며 섬유와 텍스트의 관계에 주목했다. 두 개념 모두 ‘엮다’라는 의미를 지닌 라틴어 ‘텍세레(texere)’에서 유래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크리믈러는 이 관계를 디자인 언어로 풀어냈다. 직물의 짜임과 구조, 질감의 변주를 통해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컬렉션을 완성했다. 그는 “나에게 원단은 하나의 언어와 같다”며 “이 개념은 올가 데 아마랄의 작업 세계와도 완벽하게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올가 드 아마랄은 섬유를 활용한 다양한 작업으로 잘 알려진 예술가다. 직물을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공간과 빛, 구조를 표현하는 예술 매체로 확장해 왔다.
이번 컬렉션은 아마랄의 대표 작품 시리즈인 '누도(Nudo)’와 ‘알키미아(Alquimia)’에서 영감을 받았다. 말총, 양모, 리넨 등 가공되지 않은 소재를 매듭짓고 엮어 구조적인 형태를 만드는 아마랄의 작업 방식을 아크리스의 스타일과 결합했다. 특히 아마랄 작품에서 나타나는 강렬한 색채 활용과 금박을 활용하는 기법은 이번 컬렉션의 컬러 팔레트와 광택감 있는 소재 선택에 영향을 줬다.

컬렉션의 주요 아이템은 소재 자체의 특성을 드러내는 구조적인 설계가 특징이다. 아마랄의 직조 방식을 재해석한 텍스처와 격자 구조 자수 기법은 장식을 넘어 의상의 형태를 지지하는 핵심 요소로 활용됐다. 이는 1960~1970년대 평면 태피스트리를 입체적인 조각의 영역으로 확장했던 아마랄의 예술적 시도를 패션으로 옮긴 결과라는 설명이다.
액세서리 라인에서는 아크리스의 시그니처 소재인 말총이 강조됐다. 아마랄의 수공예 기법을 적용한 백 시리즈는 직선적인 라인과 섬유 구조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보여준다. 아크리스는 이번 컬렉션을 통해 시각적 디자인뿐 아니라 피부에 닿는 촉감을 통해 착용감을 살리는 브랜드 철학을 잘 드러냈다고 소개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