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오후 5시 30분경 서울 중구 명동거리 내 한 액상 전자담배 상점 앞. 20대 여성 중국 관광객이 전자담배 가게에서 쇼핑백을 들고나왔다.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친구와 함께 중국어로 이야기하며 내용물을 확인하고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당시 매장 안은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매장 창문에는 중국어로 '전자' '담' '배'라고 프린팅된 A4 용지가 크게 붙어있었다.
액상 전자담배 가게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동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는 가게 전면 앞에 중국어와 일본어를 크게 써둔 채 외국인을 손님으로 유치했다. 이들 점포의 고객 70%는 중국인 관광객이었다.
명동에서 액상 전자담배 가게를 운영하는 20대 김모 씨는 "계절마다 주로 찾는 고객이 달라진다"며 "추운 겨울에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은 편이고 날이 풀리면 중국인 관광객이 많다. 1년으로 따져보자면 이 중 70%는 중국인 관광객"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액상 전자담배를 구매하는 이유는 '맛' 차이가 컸다. 한국에서만 판매하는 맛이 있어 관광객들에게 희소성이 크다는 게 매장의 공통된 설명이다. 가령 같은 액상 전자담배 모델이더라도 외국에서는 딸기 맛을, 한국에서는 딸기 키위 맛을 파는 식이다. 명동 액상 전자담배 가게에서 일하는 20대 B씨는 "그 나라에서 팔지 않는 제품, 디자인을 보려고 호기심 때문에 구매하시는 경우가 많다"며 "본인 것만 아니라 선물용으로 여러 개 사기도 한다"고 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매장에서 주로 전자담배를 5~10개 구매했다. 한 번에 10~20만원을 쓰는 셈이다. 명동 액상 전자담배 가게 안에는 알리페이, 위챗페이를 할 수 있는 큐알코드가 계산대에 놓여있었다. 배터리 규제가 있어서 그 이상은 잘 구매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매장 직원은 전했다.
반면 서양권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경우는 몇 없었다. A씨는 "서양권은 담배 니코틴이 강한 편이라 국내 담배를 선호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는 니코틴이 강하게 출시 안 돼 심심해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오는 사람들을 보면 남녀상관 없이 2030대 분들이다. 대부분 중국, 일본 관광객"이라고 부연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국내 액상 전자담배 인기는 가게 수로도 확인된다. 현재 액상 전자담배 상점은 명동에 15곳, 성수에 9곳이 입점해있다. 명동에는 골목뿐만 아니라 명동역 6번 출구에서 노점상거리로 이어지는 메인 골목 초입에도 위치하고 있다.
액상 전자담배 가게는 지난해 여름부터 급격히 들어서기 시작했다. 성수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C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폭주했다"며 "겨울까지 이어서 계속 들어오더라. 지금 길거리에 보이는 가게들은 대부분 그때 들어온 가게"라고 설명했다.
성수에서는 매장 직원이 중국인인 곳도 있었다. 10일 오후 방문한 성수 내 액상 전자담배 가게에서 한 직원은 중국어로 20대 중국인에게 제품을 설명했다. 기자가 질문하자 몇 번 되묻더니 "한국말 잘 못 한다"고 대답했다.

가게 안을 포토존으로 꾸며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곳도 있었다. 간판에서부터 '인기 포토 스팟'이라 한문으로 적어둔 액상 전자담배 매장 안으로 들어서니 소파와 꽃으로 꾸며진 포토존이 있었다. 벽 한쪽은 포토존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올해 사상 최초로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돼 국내 액상 전자담배 시장도 덩달아 훈풍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수는 1894만명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찍었다. 국내 전자담배 시장도 성장세다. 글로벌 시장조사 플랫폼 호라이즌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국내 전자담배 시장 수익은 2억7220만달러(약 4001억6122만원)로 집계됐다. 연평균 성장률 32.8%를 기록해 2030년에는 19억2580만달러(약 2조8311억원) 시장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