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거지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파트는 물론 다세대 연립, 단독주택 등에서도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모습입니다.
11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전·월세 현황을 살펴보면 1월엔 전세 2만5089건, 월세 5만5465건으로 월세 비율이 68.85%였습니다. 이어 지난달엔 전세와 월세가 각각 2만2779건, 5만8220건으로 월세 비율이 71.87%로 치솟았습니다.
관련 통계가 유의미하게 집계되기 시작한 2014년부터 연간 월세 비율을 살펴보면 당시엔 전세가 35만2130건, 월세가 22만7282건으로 월세 비중은 39.22%였습니다. 이후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월세 비중은 40%에 등락을 거듭했습니다.
뚜렷한 변화는 2022년부터 나타났습니다. 2022년 전세와 월세 확정일자 건수는 각각 39만2400건, 45만2445건으로 월세 비중이 53.53%를 기록해 처음으로 50%를 넘었습니다. 전세 사기 피해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타나던 시기입니다.
이후 2023년 56.51%를 기록한 데 이어 2024년 60.31%로 60%마저 넘어섰고 지난해에도 64.67%로 10건 중 6건 이상은 월세로 확정일자를 받았습니다. 올해 들어선 월세 비중이 가파르게 확산하는 분위기입니다.
그간 월세는 연립(빌라·다세대) 등을 중심으로 맺어지던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2022년 전세 사기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큰돈을 떼일까 두려워하던 실수요자들은 전세 대신 월세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현장에서는 "조금 더 가격이 높아도 좋으니 위험한 전세보다는 월세로 들어가고 싶다"며 월세를 찾는 실수요자가 많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수요는 빌라나 단독주택보다는 안전한 아파트로 눈을 돌렸습니다. 아파트로 옮길 땐 전세를 찾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다만 일부는 빌라보다 더 보증금이 높은 아파트도 믿을 수 없다며 월세로 아파트를 구했습니다.
빌라부터 시작된 월세화 흐름은 금세 아파트 시장으로 옮겨붙었습니다. 과거엔 '문어발식 투자'라고 해서 전세 보증금을 받아 다양한 곳에 투자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아파트 투자 수익률이 과거보다 낮아지고 세금에 대한 이슈도 불거지면서 보증금을 받아도 굴릴 곳이 없다 보니 집주인이 '월세'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세입자도 당장 수억원에 달하는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는 데 부담을 느꼈고 전세 대출 이자마저 높아지면서 대출 이자보다 낮은 월세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맞물리자 아파트에도 월세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완전한 월세'는 아직 적은 편입니다. 보증금 3억원에 월세 200만원과 같은 반전세, 즉 보증부월세가 일반적입니다. 전세가 줄어들고 월세화가 진행되는 과정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도 월세화에 영향을 줬지만 정부 정책도 월세화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일정 기간 내 실거주 의무를 부과해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방식을 막고 있고, 전세 대출 문턱을 높이는 등의 조처도 월세화를 가속화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월세화의 장단점은 뚜렷합니다. 초기 주거비가 줄어들고, 전세 사기 위험이 감소합니다. 월세는 현금 흐름이 지속해서 발생하는 구조라 임대차 시장이 금융상품처럼 관리돼 임차시장이 더 투명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월세는 매달 돈을 내는 구조라 장기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커집니다. 과거엔 전세가 내 집 마련의 디딤돌 역할을 했지만 월세가 자리를 잡으면 자산 형성 기회는 줄어듭니다.
월세화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서울의 경우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월세화가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보유세 인상이 언급되는 상황에서 세금 일부를 월세로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월세가 더 오를 것이란 의견도 나옵니다. 또 다른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그랬듯 집주인들에게 세금 부담을 지게 하면 집주인들은 이를 세입자에게 전가할 것"이라면서 "세금 전부를 월세로 돌리긴 어렵겠지만 일부는 세입자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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