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는 보통 어른들이나 시골에서 많이 쓴다는 이미지가 강해요. 젊은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아이폰을 선호할 거에요. 중국 브랜드 스마트폰도 마찬가지고요. 아이폰은 도시 청년들의 트렌디한 감성이 강합니다."지난 4일(현지시간) 베트남 호찌민시 스마트폰 매장들이 밀집한 1군 쩐꽝카이 거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여성 A씨(27)는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과 애플 아이폰, 오포·샤오미·비보 등 중국 브랜드에 관한 인식을 묻는 말에 이 같이 답했다.
베트남은 다른 신흥 시장과 달리 중저가·고가 스마트폰 제품군이 모두 활성화된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중저가 보급형 스마트폰 수요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면서도 최근 경제 성장·소득 증가에 힘입어 고가 프리미엄 제품군 중심으로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베트남이 신흥 시장 '리트머스지' 역할을 맡는 셈이다.
특히 현지에선 최신 기술에 민감한 데다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은 청년들 선호에 따라 트렌드가 형성된다. 한경닷컴은 쩐꽝카이 거리를 비롯해 후텍기술대학교 인근 대학가와 베트남 국적 2030 세대 청년들 대상으로 현지 스마트폰 트렌드를 분석했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베트남 20대 청년들의 아이폰 선호는 국내 Z세대보다도 더 견고했다. 앞서 서울 코엑스 행사장에서 2030 청년들을 향해 "왜 이리 아이폰이 많느냐"고 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농담이 신흥 시장 베트남에선 '경고음'으로 들리는 이유다.

'갤럭시=아재폰'이란 인식이 옅어지고 있는 국내 Z세대와 달리 베트남에선 삼성전자가 좀처럼 젊은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후텍기술대 인근 카페에서 만난 남성 응우옌 판 밍 황 씨(24)는 "휴대폰을 살 때 브랜드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그는 "갤럭시는 나이가 좀 있거나 정말 어린 연령대 사람들이 주로 쓰는 것 같다"며 "어른들은 일을 하면서 하루종일 폰을 쓰기 때문에, 아이들은 게임을 많이 해서 배터리가 오래 가는 갤럭시를 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응우옌 티 투 후엔 씨(35·여)는 "주변에서 갤럭시를 쓰는 사람은 엄마"라며 "갤럭시는 배터리가 오래 가고 (안드로이드여서) 나이 많은 사람들이 쓰기에도 더 편리하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카메라 느낌과 가격, 특히 브랜드 이미지를 보고 결정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아이폰을 쓰려 한다"고 했다.
현지에서 만난 청년들은 극소수를 제외하면 모두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가격을 우선순위로 고려하지 않았다. 브랜드 이미지가 가격보다 더 중요한 구매 선택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아이폰은 글로벌 프리미엄이자 세련됨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는데 스타벅스에서 맥북을 켜고 아이폰을 쓰면 뉴요커가 된 것 같은 느낌을 소비하는 것"이라며 "애플 제품을 쓰는 것 자체가 상징적 정체성을 제공하는 것으로 신흥 시장일수록 성공이나 세련된 이미지를 더 갈망하는 경향이 있어 이런 현상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중 대다수가 다음 스마트폰으로 아이폰을 선택하겠다고 응답한 점이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최근 한경닷컴이 진학사 캐치를 통해 국내 20대 스마트폰 사용자 3000명을 조사했을 당시 아이폰 쏠림 현상이 완화됐던 것과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아이폰은 이 지점을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베트남 청년들 대다수가 갤럭시로 교체할 경우 발생하는 이 같은 '전환 비용'을 꺼렸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iOS가 안드로이드보다 더 익숙해 아이폰을 선호한다고 답했을 정도다.
아이폰15를 쓰고 있는 응우옌 타오 짱 씨(20·여)는 "주변 친구들이 다 아이폰을 쓰고 있어서 처음부터 아이폰을 사용했다"며 "친구들이 다 아이폰을 쓰다 보니 파일을 공유할 때도 편하고 iOS에 익숙해져서 더 펀리하기 때문에 삼성이나 샤오미가 어떤 장점이 있더라도 관심이 없다"고 했다.
'동조 소비' 효과도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교수는 "아이폰 사용 비율이 높아지면서 (또래 집단에선) 아이폰이 사회적 기준처럼 인식되는 것"이라며 "기능이나 가격을 고려하기보다 주변 사람들이 다 쓰는데 나만 안 쓰면 뒤처진다는 느낌이 구매로 이어지면서 집단적 확산 효과가 작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4년 선두를 달렸던 오포는 1년 사이 18%로 쪼그라들었다. 이 같은 흐름은 거리에서도 드러났다. 2030세대 42명 중 오포를 사용 중인 청년은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전미영 트렌드코리아컴퍼니 연구위원은 "베트남 청년들의 아이폰 선호는 '베트남'이라는 국가 특성보다 Z세대의 보편적 특성으로 읽어야 할 측면이 있다"며 "Z세대는 SNS를 통해 글로벌 트렌드를 시차 없이 흡수하기 때문에 국가의 경제 발전 수준은 아직 성장 단계에 있더라도 이들이 소비하는 콘텐츠의 수준은 이미 글로벌과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갤럭시의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를 높이는 작업이 선행돼야 또래 집단의 소비 패턴도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호찌민(베트남)=김대영 기자/홍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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