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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의 테크 인사이드] 핵 만든 美기업, 반도체에 꽂힌 이유

입력 2026-03-10 17:08   수정 2026-03-11 00:1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B-2 스피릿’을 이란 공격에 투입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 시설과 무기고, 미사일 개발 단지를 차례로 제거하기 위해서다. B-2 스피릿의 가격은 24억달러(약 3조5300억원)로, 1시간당 비행비용만 15만달러(2억2000만원)가 넘는 괴물 폭격기다. 미국 전쟁부(국방부)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한 단계 진화한 폭격기를 준비 중이다. ‘B-21 레이더’로, 개발을 완료하고 시험 비행 중이다. 향후 미 공군의 ‘AI 공중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된다.
반도체 강국의 약점 '국방'
기존 미 전쟁부가 개발한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센티넬(LGM-35A)도 지상 핵전력 강화를 위해 고도화가 진행 중이다. B-2와 B-21, 센티넬의 공통점은 미국 방위산업 기업 노스롭그루먼이 개발했다는 것이다.

기자는 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DC 인근 노스롭그루먼 본사를 방문했다. 당시 트로이 브래시어 부사장에게 회사가 주목하고 있는 차세대 기술이 무엇인지 물었는데, 6세대 전투기나 센티넬의 비밀을 언급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그는 “세미컨덕터(반도체)”라고 답했다. 무기가 점점 전자화되고 있다는 점, 패권 경쟁에서 국방비 비교를 넘어 무기의 실제 투입 사례가 늘어나면서 오폭 없는 투하의 중요성이 커진 점을 이유로 들었다.

반도체는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산업이다. 1980년대 인텔과 도시바의 무시와 견제를 뚫고 기술 기반을 닦았다. 1990년대 후부터는 D램 주도권을 한 번도 뺏긴 적이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초미세 공정과 대량 생산 능력을 통해 반도체 공급망의 최상단에 올랐다. 증권가는 두 회사의 올해 합산 영업이익이 37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할 정도다. 한국은 메모리, 비메모리,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가 모두 가능한 사실상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이런 반도체 최강국인 한국이 유독 약한 반도체도 있다. 국방 반도체다. 미국과 이란 사이 전쟁에서 95%의 요격률을 기록하며 아랍에미리트(UAE) 등 이란 주변국이 서로 사겠다고 경쟁하는 한국산 ‘천궁-Ⅱ’에 들어가는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용 반도체는 전량 수입한다. 이 반도체는 수많은 전파를 증폭, 송수신하고 빔을 전자적으로 조향해 표적을 탐지·추적하는 역할을 한다. 사실상 미사일의 핵심이다. 천궁뿐만이 아니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한국은 50여 개 무기체계에 적용되는 반도체의 약 99%를 해외에서 가져온다.
전쟁 좌우하지만 점유율 1%
이렇다 보니 핵심 국방 반도체 중 고출력 RF 반도체의 수급 불안정성은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의 전력 솔루션 회사 코보 등 극소수 기업이 독점하며 공급망을 장악했고, 해당 국가의 수출 통제도 수시로 떨어진다. 높은 해외 의존도는 필연 취약한 구조를 낳고, 향후 무기 수출 과정에서 제약 요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존한다. ‘방산강국’ 타이틀 아래 공공연한 비밀이다.

국방 반도체는 극심한 온도 변화와 강한 진동, 높은 방사선에 노출되는 사용 환경 때문에 일반 반도체보다 개발이 훨씬 어렵다. 이를 위해 핵심 기술 내재화, 공급망 구축, 인재 양성, 정부 정책 지원, 실전 적용이 유기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팹리스(설계 전문), 파운드리,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해 설계, 제조, 패키징, 검증에 이르는 생산 단계별 생태계 구축도 시급하다. 모두 복잡하고 돈이 많이 드는 과정이다.

국방 반도체가 우주 패권과도 연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꼭 해야 하는 일이다. 모건스탠리는 2040년 글로벌 우주산업 시장 규모가 1조달러(약 147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우주 반도체 시장이 커진다는 뜻이다. 우주 시대에 한국이 반도체 패권을 유지하려면 국방 반도체를 키워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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