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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공장, 오후엔 전쟁터…民·軍 '듀얼 유즈' 기업 뜬다 [긱스]

입력 2026-03-10 17:23   수정 2026-03-11 01:04

‘드론쇼’로 유명한 국내 드론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파블로항공은 올해 1월 대한항공과 LIG넥스원-IBK 캐피털 방산혁신펀드, 비하이인베스트먼트 등 벤처캐피털(VC)로부터 11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 회사는 투자금을 방산 분야로 확대하는 데 쓸 계획이다. 방산 부품 및 정밀 가공 기업인 볼크도 지난해 인수하며 국내 유일 드론 기업으로 발돋움하며 인도 국영 방산기업에 드론 수출을 준비 중이다. 파블로항공처럼 민간과 방산 분야를 동시에 사업으로 삼는 ‘듀얼 유즈(민군 겸용)’에 돈이 몰리고 있다.

‘두 마리 토끼’ 잡아라
10일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방산관련 듀얼 유즈 기업에 집행된 투자금은 491억달러(약 72조5000억원)로, 1년 전(272억달러)보다 81% 증가했다. 지분 투자도 같은 기간 73억달러에서 179억달러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듀얼 유즈기업은 1만개를 훌쩍 넘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국가의 경우 듀얼 유즈 스케일업 스타트업(성장에 가속도가 붙은 중견 스타트업)은 지난해 2분기까지 1만7000곳에 달했다. 2024년 3분기에 1만5260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업계는 올해 안에 듀얼 유즈 기업이 NATO에서만 2만개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듀얼 유즈는 과거 방산기업처럼 무기만 생산하는 게 아니라 다른 다양한 민간 산업에서 기술을 쓰도록 전략을 짜는 투트랙 비즈니스 모델이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SW)를 파는 팰런티어, 미국의 드론 스타트업 안두릴 등이다.

과거 국방 기술과 상업 기술 간 경계가 뚜렷했던 것과 달리 최근엔 범용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가 민군 가르지 않고 적용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크런치베이스가 NATO 국가의 벤처투자 흐름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2분기 신규 스케일업 투자 중 70%가 듀얼유즈 스타트업으로 흘러갔다. 드론의 경우 지난해 집행된 투자 38억달러 가운데 77%를 듀얼 유즈 기업이 받았다.

듀얼 유즈를 표방하는 VC와 전용 펀드들도 주류로 올라서고 있다. 듀얼 유즈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전문 벤처펀드만 74개다. 유럽계 듀얼유스 VC인 프로스토테크호라이즌스의 베로에니카 카이저 파트너는 “우리는 양자 기술에 투자하는데, 이제는 순수 민간이나 방산용의 경계가 없다”고 했다. 이 투자사는 우크라이나의 AI 음향 탐지기 개발사인 바이달시스템즈, 실리콘밸리의 양자 플랫폼 기업 블루큐빗 같은 곳에 돈을 넣었다.
민간 드론을 전쟁용으로
듀얼 유즈는 위성항법장치(GPS)처럼 군사 기술이 개발돼 민간으로 전이되는 것을 일컫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민간에서 개발된 기술이 국방 분야에 빠르게 적용되는 케이스가 더 많아졌다.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도가 높아지고 국방 예산이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방산 기업이 아닌 기술 기업까지 적극적으로 국방 시장에 뛰어든 덕분이다. AI부터 자율주행, 저궤도 위성 등이 본보기다.

군에서도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을 들여 직접 개발하는 것보다 민간 시장에서 검증된 기술을 가져다 군사 사양으로 커스터마이징하는 게 더 빠르고 저렴하는 인식이 커진 게 이유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런 흐름을 더 당기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기성품 DJI 드론을 단 며칠만에 정찰 및 타격 자산으로 개조해 전쟁에 투입한 게 대표적이다.

VC 입장에서도 듀얼 유즈는 기존 방산 투자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투자 전략이다. 순수 방산 투자는 조달 주기가 워낙 길어 회수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출자자(LP)들이 전쟁에만 쓰이는 기술에 투자하는 걸 꺼려하는 경우도 있다. VC 관계자는 “듀얼 유즈는 하방경직성(정부 계약)과 상방 잠재력(민간 시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투자처”라며 “예컨대 AI 소프트웨어가 평시에는 물류, 보안 등에서 수익을 내고 전시에는 타격처를 찾아내고 전략을 짜는데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윤리적 딜레마 해결해야”
듀얼 유즈 기업으로 빠르게 자리를 잡는 스타트업들은 주로 사이버보안, 데이터 인텔리전스, 드론, 데이터 분석 분야다. 공공안전 드론으로 유명했던 미국 드래곤플라이는 최근 미 육군에 드론을 공급하면서 듀얼 유즈 기업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한국에서도 주요 기술 스타트업들이 장성 출신을 앞다퉈 영입하면서 국방 영역 진출을 잇따라 선언하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드론 스타트업 니어스랩, AI 소프트웨어 기업 코난테크놀로지 등이다.

산업 현장 투입 위주로 언급돼 왔던 휴머노이드 기술도 최근 국방 분야로의 확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파운데이션로보틱스는 국경 경비부터 병참 지원, 무장형 휴머노이드까지 포함한 방산 계약을 따내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국내 휴머노이드 개발 스타트업인 에이로봇의 한재권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특정 임무용 특수 로봇이 아니라 한 대를 만들어놓고 다양하게 전환해 쓰는 것”이라며 “현대자동차그룹의 아틀라스급 성능의 휴머노이드가 군에 투입된다면 병력 자원의 감소를 막고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방산이 근본적으로 ‘살상 기술’이라는 윤리적 문제는 늘 논쟁거리다. 민간 기술 기업이 방산 쪽으로 사업을 확대하다가 사내 갈등이 벌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오픈AI의 로보틱스 책임자 케이틀린 카리노스키는 미국 국방부와의 AI 계약에 반대하며 최근 사임했다. 구글 AI 엔지니어 100여 명은 제미나이를 미국 국방부가 완전 자율무기에 쓰지 못하도록 제한해달라고 구글 딥마인드 최고과학자인 제프 딘에게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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