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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K방산 발목 잡는 신속시범사업

입력 2026-03-10 17:16   수정 2026-03-11 00:11

“2022년 공모한 신속시범사업 절차가 아직까지도 진행 중입니다. 2024년 시작한 사업은 진작 마무리됐는데….”

최근 국내 방산업체 관계자들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실을 찾았다. 방위사업청이 운영하는 신속시범사업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읍소하기 위해서다. 신속시범사업은 시간이 많이 필요한 무기체계 획득 절차를 간소화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첨단 무기, 드론 등을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국방부는 2023년 훈령을 개정해 무기체계 도입 기간을 줄였다. 시범사업을 통해 특정 무기체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국방부가 시범사업자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빠르게 실전배치를 해야 한다고 판단되면 계약 기간을 단축해 주겠다는 취지다.

방산업체가 마다할 이유가 없는 제도지만 문제는 디테일에 있다. 이 제도를 훈령 개정 이후 공모된 사업에만 적용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2022~2023년 공모를 착수한 사업은 시범사업자와 수의계약을 할 수 없다.

군이 시범사업을 거친 무기체계를 구매하는 경우 성능입증시험 결과로 시험평가를 대체할 수 있다는 조항도 마찬가지다. 국방부 훈령 개정 전 공모에 응한 방산업체는 이 조항을 적용받지 못한다. 훈령 이후 사업에만 적용된다는 부칙 때문이다. 방산업체 임원은 “개정된 훈령을 적용받지 못하면 시범사업 시제품은 물론 시험평가를 위한 시제품도 제작해야 한다”며 “시제품 두 종류를 만들려면 전력화가 최장 18개월가량 지연되고, 결과적으로 적절한 시점에 사업을 하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수년 전 개발을 마친 무기가 아직 빛을 보지 못하는 사례는 수두룩하다. 2022년 사업 공모에 참여한 대대급 다목적 정찰드론(프리뉴)과 대테러 작전용 다족보행로봇(현대로템)이 대표적이다. 경량화 105㎜ 자주포(현대위아), 수소동력 경전술차량(기아), 저격용 소총 AI 열상조준경(한화시스템) 등도 사업화를 하지 못했다. 2023년 공모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AI 기반 전술 개발·훈련용 모의 비행훈련체계, 한화시스템의 상용 저궤도 위성 기반 통신체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AI 기술 기반 유·무인 복합 한국형 공병전투차량 등도 여전히 사업 절차를 밟고 있다.

방산업계 인사들은 “수출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한국군이 쓰고 있느냐’인데 수년째 신속시범사업에 묶여 수출 계약이 무산될 수도 있다”며 발을 구르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와 방사청은 뒷짐만 지고 있다. 글로벌 방산시장이 ‘소리 없는 전쟁터’가 된 상황에서 신속시범사업 소급 적용은 어렵다는 원칙만 되풀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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