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벚꽃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기정사실화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조기 추경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다. 이번 추경은 유가 급등으로 타격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소상공인 등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규모와 구체적인 사업 내용은 이르면 이달 말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중동 정세에 따른 위기 극복을 위해) 소상공인과 한계기업을 지원하려면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며 “어차피 조기에 추경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편성되면 올해 첫 번째 추경이자 이재명 정부의 두 번째 추경이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발행을 골자로 한 31조원 규모 추경을 편성했다.전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추경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만큼 정부도 관련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예산처는 중동 지역 긴장 고조에 따른 국제 유가 변동이 국가재정법상 ‘전쟁, 대규모 재해, 심각한 경기 침체 등’으로 한정된 추경 편성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포함해 재원과 규모, 사업 등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말을 아꼈지만, 올해 초 문화예술인이나 지방행정통합 지원 등으로 거론된 추경 사유보다 명분이 강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유가 급등으로 기름값이 치솟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면 원유를 전량 수입해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정유사 등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다만 이번 추경은 취약계층에 한정된 선별적 지원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8000억원 규모의 일반 예비비로 재원을 우선 충당한 다음 나머지를 추경으로 메우는 방식이 거론된다.
추경 재원은 국채 발행보다 초과 세수를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은 오는 31일까지 법인세를 신고·납부하는데 국회와 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법인세 수입은 당초 전망(86조5000억원)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43조6011억원)와 SK하이닉스(47조2063억원)가 지난해 나란히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국내 증시 활성화로 증권거래세 수입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은 올해 초과 세수 규모를 8조~9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추경 재원에 대해 “최근 반도체 업황이 좋아졌고 주식시장 활성화로 증권거래세도 늘었다”며 “국채 발행 없이 (추경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역시 “올해 예상보다 세수가 많이 늘어날 것 같다”며 추경 편성을 위한 여건이 무르익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추경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서면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수 있다. 국채 발행 부담이 커지면 최근 치솟은 시장금리를 추가로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산처는 이달까지 각 부처에 내년도 예산 가이드라인인 ‘2027 예산편성지침’을 내려보낼 예정이다. 아직은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한 별도 사업을 예산편성지침에 반영할 계획은 없지만 전쟁 장기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예산처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급처럼 전쟁이 조기에 끝날지, 아니면 다시 격화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남정민/김익환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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