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조만간 엔비디아에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최종 샘플’을 납품한다. 이 샘플은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데이터 전송 최고 속도(초당 11.7Gb)에 맞추기 위해 지난해 4분기부터 일부 설계 수정과 최적화 작업을 거쳐 완성한 제품이다. 최종 샘플 납품은 엔비디아 퀄(품질) 테스트 통과를 위한 마지막 관문으로 평가된다. 반도체업계에선 최종 샘플의 퀄 통과에 SK하이닉스의 명운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면 이달 HBM4 대량 생산을 본격화할 수 있지만, 퀄 통과가 다시 지연되면 ‘HBM4 제1공급사’ 지위를 삼성전자에 내줄 가능성이 있어서다.

◇퀄 통과 땐 이달 양산
1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조만간 엔비디아에 HBM4 최종 샘플을 공급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퀄 테스트 과정이 순조롭다면 이르면 이달 엔비디아의 대량 생산 구매주문서(PO)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HBM4는 올 하반기 엔비디아가 출시할 최첨단 인공지능(AI) 가속기(AI 학습·추론에 특화한 반도체 패키지) 루빈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바로 옆에 장착되는 고성능 메모리다. 올해 SK하이닉스의 간판 제품이기도 하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은 제품이다. 일반적인 D램보다 용량이 크고 데이터 이동 속도가 빨라 AI 서버용 메모리로 주목받는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까지 AI 가속기 시장에서 90% 넘는 독보적 점유율을 보유한 엔비디아의 핵심 HBM 파트너 역할을 했다.
HBM4 상용화 시점인 올해는 상황이 좀 다르다. 그간 엔비디아 대상 HBM 납품 경쟁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던 삼성전자가 절치부심해 SK하이닉스보다 먼저 엔비디아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엔비디아에 HBM4 완제품 일부 물량을 공급하며 “단 한 번의 재설계 없이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패키징 공정 개선 승부수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시작한 엔비디아 퀄 테스트에서 여러 번의 최적화 작업을 거쳤다. 특히 특정 회로에서 루빈 GPU와 HBM4 간 불협화음이 발견됐다. SK하이닉스는 칩 성능을 보완하고 층층이 쌓인 D램 간 간격을 줄이며 칩 속도 개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면으로 지원했다.
관심사는 SK하이닉스가 이번 퀄 테스트 이후 엔비디아의 최상위 HBM 파트너 지위를 유지할지다. 엔비디아는 HBM 제품을 성능에 따라 크게 두 개 그룹(빈1·2)으로 나눈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선 최종 샘플에서 기술력을 입증하고 최상위 제품군인 빈1에 속하는 HBM4 공급 비율을 높이는 게 과제로 꼽힌다.
◇1c 기반 LPDDR6 개발도 성공
최종 샘플 출하와 함께 SK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도 본격적으로 HBM4 영업 전선에 뛰어든다. 최 회장은 오는 16일부터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엔비디아의 최대 연례 개발자 회의 ‘GTC 2026’에 참석한다. 지난달 실리콘밸리의 한 치킨집에서 ‘치맥회동’을 하면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파트너십을 다진 최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도 젠슨 황 CEO를 만나 SK하이닉스의 HBM 기술력에 관해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최첨단 D램 공정인 10나노(㎚·1㎚=10억분의 1m) 6세대(1c) 공정을 적용해 16Gb 용량의 모바일 기기용 저전력 D램(LPDDR6)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제품은 전작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 전력 효율성을 각각 33%, 20% 이상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올 상반기 양산 준비를 마치고 하반기부터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