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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11억' 불러도 줄선다…북창동 뒷골목 북적이는 이유

입력 2026-03-10 17:47   수정 2026-03-10 20:54


서울 북창동 뒷골목의 해남빌딩 2층.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이 허름한 이 건물에 요즘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글로벌 정유사 관계자와 원유 트레이더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28일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원유 조달에 비상이 걸린 정유사들이 세계에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가장 많이 보유한 장금상선에 ‘SOS’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장금상선이 운영하는 VLCC는 130~150척. 세계 VLCC 약 880척의 14~17%에 달한다.


미국·이란 전쟁 이후 장금상선이 세계 원유 운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장금상선은 VLCC와 컨테이너선 등을 정유사와 무역업체 등에 빌려주는 회사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60여 척의 VLCC가 페르시아만에 묶여 있는 데다 원유 부족 상황이 장기화하자 장금상선의 몸값이 치솟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장금상선은 최근 글로벌 정유사에 중동지역을 오가는 VLCC 용선료로 하루 80만달러(약 11억7872만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대비 40배 급등했다. VLCC 대표 노선인 사우디아라비아~중국 상하이 편도(26일간 용선 기준) 운임이 305억원이다. 지난 6일 그리스 해운사 엠비리코스가 인도 정유사 바라트석유와 체결한 사우디 얀부~인도 뭄바이 항로(하루 77만달러) 운임을 넘어선 사상 최고가다. 노르웨이 선박 중개회사 펀리스에 따르면 장금상선은 지난달 전체 VLCC 단기 운송 계약 시장의 37%를 차지했다.
장금상선 하루 운송비 11억 불러도 글로벌 정유사 줄선다
중동전쟁 여파로 선박 '품귀'…장금상선, 작년 중고선 싹쓸이
장금상선은 1989년 한국 동남아해운과 중국 시노트란스가 5 대 5 지분으로 합작해 세운 회사다. 중국 양쯔강(장강)을 뜻하는 장(長)과 한국의 금수강산을 의미하는 금(錦)을 합쳤다. 영문명도 중국(sino)과 한국(kor)을 섞어 시노코(sinokor)로 정했다. 정태순 장금상선 회장이 전문경영인으로 근무하다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중국 지분을 인수해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장금상선은 코로나19 직후인 2022년부터 중고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매입을 늘렸다. 전염병이나 전쟁 등이 터지면 선박 용선료가 평소의 10배 이상 치솟는 점을 감안해 선제 투자에 나선 것이다. 장금상선이 보유했거나 용선하는 VLCC는 130~150척 수준이다. 전 세계 VLCC 약 880척의 14~17%에 달한다. VLCC 점유율 10%를 넘어선 회사는 장금상선이 유일하다.

VLCC 매입은 진행형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중고 VLCC 15척을 한꺼번에 사들인 데 이어 미국·이란 전쟁 직전인 지난달 20일 싱가포르 해운사 AET로부터 VLCC 이글밴쿠버호(재화중량톤수 31만1900t급·2013년 건조)를 8650만달러(약 1272억원)에 매입했다.

장금상선이 중고 VLCC를 싹쓸이하자 중고 선박 가격이 치솟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 1월 5년 된 중고 VLCC 가격이 1억3000만달러(약 1904억원)를 기록했는데 이는 같은 규모의 신조 선박(1억2800만달러·약 1875억원)보다 높은 가격이었다. 중고 VLCC가 새 선박보다 비싸진 것은 2008년 7월 이후 17년6개월 만이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장금상선의 올해 실적은 2022년 이후 4년 만에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 회사는 코로나19로 운임이 높아진 2022년 매출 4조9263억원, 영업이익 1조8019억원을 기록했다.

장금상선의 재계 순위도 대폭 오를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장금상선은 지난해 기준 효성그룹에 이어 재계 서열 32위를 차지했다. 2024년(38위)보다 6계단 올랐다. 자산 총액이 19조4910억원으로 2024년(14조2010억원)보다 5조원 넘게 늘었기 때문이다. 장금상선은 계열사로 흥아해운 등 28곳을 보유하고 있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장금상선은 글로벌 VLCC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회사”라며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이어지면서 올해 조 단위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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