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가 세상을 바꾸려 하지만 정작 자신을 바꾸려는 사람은 드물다.”
러시아 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짧은 산문 ‘세 가지 개혁 방법’(1900)에 나오는 명언이다. 톨스토이는 이 글에서 정치가와 혁명가들이 세상의 부조리를 탓하며 타인을 비난하고 제도를 뜯어고치려 하지만, 정작 자신은 탐욕과 이기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결국 세상을 바꾸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나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상을 향한 분노나 외침보다 인간 내면의 윤리적 결단을 중시한 그의 철학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톨스토이가 이 문장을 썼을 때 러시아는 혁명의 기운으로 들끓고 있었다. 지식인들은 황제의 폭정을 비판하고, 법을 바꿔야 한다고 외쳤으며, 체제를 무너뜨리면 유토피아가 올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톨스토이는 그 광장의 언어에 숨겨진 기만의 그림자를 봤다. 타락한 귀족이 농노제를 비판하고, 탐욕스러운 졸부가 분배의 정의를 논하는 풍경을 보면서 그는 물었다. “악한 인간들이 모여 만든 법이 어떻게 선한 세상을 만들 수 있겠는가?”
그는 세상을 바꾸려는 이들의 행태가 자신의 비루함을 감추기 위한 ‘도덕적 분장’일 때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소설 <부활>에서 주인공 네흘류도프 공작은 법정의 죄수가 된 카튜샤를 ‘제도의 힘’으로 구하려고 시도한다.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하고, 상고심을 청구하며, 인맥을 동원해 형을 줄이려고 애쓴다. 그는 자신의 사회적 영향력으로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곧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 법정의 판사와 감옥의 교도관들은 모두 법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정당하게’ 악을 행하고 있었다.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정교한 법령이 아니라 그 시스템을 운용하는 인간의 ‘살아있는 양심’이라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마침내 그는 상류층의 삶과 귀족의 특권을 포기했다. 타인을 구원하겠다는 오만을 버리고, 스스로가 먼저 죄인임을 인정하며 그녀와 함께 유배길의 흙먼지를 뒤집어썼다. 이것은 감정적인 움직임을 넘어 자기 삶의 양식을 통째로 바꾸는 실존적 결단이다.
나를 바꾸는 일은 고통스럽다. 남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도덕적 우월감을 주지만, 나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는 것은 수치심을 준다. 일상 습관 하나를 고치는 것이 헌법을 논하는 것보다 어렵다. 톨스토이는 이런 비겁함을 꿰뚫어 봤다. 그는 집단 속에 숨어 정의를 외치는 자보다 홀로 자신의 이기심과 싸우는 사람이 진정으로 세상을 바꾸는 주역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도 삶의 고비마다 환경을 탓하고, 정치를 탓하며, 운명을 탓하지만 톨스토이는 그 최면을 과감히 깨라고 권한다. 그의 지적처럼 세상을 향한 망치를 내려놓고, 나를 다듬는 정을 드는 데서 진정한 변화가 시작된다.
톨스토이는 스스로 지켜야 할 ‘삶의 규칙’을 날마다 점검했다. 그가 <참회록>과 <인생론>에서 강조한 삶의 정수를 ‘자기 변화의 7가지 원칙’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매일 자신을 기록하고 심판하라= 그는 82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일기를 썼다. 타인의 비판보다 무서운 자기 눈으로 매일의 행동을 객관화하는 것이 변화의 첫걸음이라고 믿었다.
2. 육체적 노동으로 정신의 교만을 꺾어라= 귀족이었음에도 직접 구두를 수선하고 밭을 갈았다. 정직한 노동이 가식적인 사유와 우월감을 씻어낼 수 있다고 봤다.
3. 타인의 평판이라는 감옥에서 탈출하라=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신경 쓰지 말고 오직 양심의 소리에만 귀를 기울여야 한다.
4.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선(善)을 미루지 마라=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계획은 종종 현재의 실천을 회피하는 수단이 된다. 내 앞의 배고픈 이에게 빵을 건네는 작은 행동이 백 마디 혁명 구호보다 낫다.
5. 소유를 줄여 영혼의 무게를 가볍게 하라= 가진 것이 많을수록 변화가 무거워진다. 물질에 대한 탐욕을 덜어내야 정신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어제와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
6. 말을 아끼고 침묵의 힘을 믿어라= 말은 에너지를 밖으로 소진하게 하고, 침묵은 에너지를 안으로 응축시킨다.
7. 모든 인간을 평등한 ‘형제’로 대하라= 나와 타인 사이에 등급을 매기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오만이 사라져야 나의 부족함이 보이기 시작한다.
고두현 시인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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