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조건부 반출과 관련해 더 이상 찬반 논쟁이 아닌 반출 이후 전략·리스크 관리 등 '빠른 대응'으로 논의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국내 학계·업계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시 입게 될 산업 피해액 197조원을 '공격적 타협의 근거'로 활용하고, 국내 공간정보 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해 국토교통부 지리원을 '청'으로 격상하는 등 컨트롤타워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2세미나실에서 국민의힘 신성범, 권영진 의원 주최로 '긴급진단 정밀지도 구글 반출, 이대로 괜찮은가?' 세미나가 열렸다.
구글은 지난 2007년부터 지속해서 국내 고정밀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청하다, 지난달 27일 정부로부터 국외 반출 조건부 허가를 승인받았다. △영상 보안 처리 △좌표표시 제한 △국내 서버 활용 △보안사고 대응 체계 수립 △조건 이행 관리 등을 조건으로 구글은 국내 1대 5000 축적 지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구글은 단순히 내비게이션 서비스가 아닌 자사 인공지능(AI) 학습에도 국내 지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 '국가 디지털 인프라 정책'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날 발제를 맡은 임시영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지속해서 관리해야 하는 리스크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부연구위원은 "(지도 데이터와 연관된) 안보와 경제는 비용·편익 계산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한쪽이 이익을 보면 다른 쪽이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 성격이 있어, 완전히 해결하는 것이 아닌 지속해서 관리해야 할 정책 리스크"라고 말했다.
임 부연구위원은 예상 산업 피해액인 197조원을 구글과의 '공격적 협상 카드'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과거 197조원이 '손해액이 크니 국외 반출을 하면 안 된다'는 논리에 쓰였다면, 국외 반출이 결정된 지금, 구글이 해당 손실액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요구하는 지렛대로 삼자는 의미다.
구글의 조건부 허가 사항 중 하나인 국내 제휴 업체 선정 과정에서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국내 제휴 업체 간 출혈 경쟁을 막고, 이들을 구글을 '통제'하는 장치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임 부연구원은 "국내 업체들이 구글과의 파트너십을 위해 출혈 경쟁을 벌이지 않도록 정부가 정책 이해도가 높은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고. 반출 데이터의 통제 앵커로 활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국내 공간정보 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해 국가 단위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구글 고정밀지도 반출은 국토·공간정보 정책, 안보·보안 관리, 데이터 산업 정책, 통상·글로벌 기업 규제, IT 산업 정책 등 너무 많은 이해관계와 의사결정권이 얽혀있다는 것이다. 임 부연구위원은 "단순히 이 문제는 국토부만의 문제로 한정 짓기 어렵다"며 국토교통부 지리원을 '청'으로 격상하고, 공간정보 정책을 전담할 국가공간정보연구원을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구글의 목적이 내비게이션 서비스가 아닌 AI 학습 데이터에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는 "지도 데이터는 그 지도가 어떤 좌표를 가지고 있고, 어떤 속성을 가졌는지 AI가 현실을 이해하는 데이터가 된다"며 "이게 가장 무섭다. 1년 정도면 AI 학습이 완료될 거란 예상이 있는데 한 6개월 이내로 이미 학습이 이뤄질 거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그러면 자율주행이나 로봇, AI는 지도 없이 우리 (산업이) 모두 록인 되는 종속적인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공간정보 산업계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 민간단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달라는 산업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대천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회장은 "공간정보 산업에 종사하는 1500개의 업체와 2만6000명의 회원이 있다. 이들이 그동안 지도 데이터에 대한 수정과 보안으로 우리 대한민국의 고정밀 지도가 나왔다 이해를 하면 된다"며 "협의체를 마련해 이렇게 협의할 때 공간정보산업협회를 중심으로 민간단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달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현 국토부 공간정보제도 과장은 "2000년대 초반 당시 1대 5000 축적 고정밀 지도를 전국 단위로 구축한 나라 전 세계에 4개의 국가밖에 없었다. 굉장히 우리나라가 앞서있는 부분이고 구글이 이렇게 지도를 원했다는 것 자체가 지도의 퀄리티를 방증하는 내용이라 생각한다"며 "공간 산업 정책 국가 차원에서 우리 국회와 정부가 이 부분에 대해 좀 강력한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시점이 오지 않았나"고 강조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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