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심각성은 지난해(2025년 12월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 기준) 폐업을 신고한 종합건설사가 610개, 역대 최고치라는 통계치를 봐도 알 수 있다. 3년 만에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건설사가 ‘강한’ 상황이다.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겨울을 잘 버틴 건설사에 잔인한 3월, 감사보고서 시즌이다. 2026년 현시점 코스피 5000을 넘기고 미국-이란 전쟁으로 높아진 자본시장 변동성 아래 건설업은 유동성 리스크와 회계적 불확실성의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만약 건설사 중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이라는 뉴스라도 띄운다면 이는 단순한 절차 오류가 아니라 자산 건전성에 균열을 알리는 조기경보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만큼 건설업이 여전히 어렵다.
국내 건설경기 침체에 이들이 집중하는 곳은 해외와 플랜트다. 현대건설은 건축·주택 부문의 매출액 감소를 플랜트·전력를 통해 상쇄하려고 노력 중이다. 2025년 3분기 기준 매출액이 늘어난 곳은 중동·아프리카다. 이는 대우건설의 아시아 지역, GS건설의 플랜트·인프라 부문 매출 상승과 비슷하다. 다만 그 외 부문은 매출액의 전반적인 정체와 감소를 막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PF 위기는 건설사를 더욱더 보수적으로 만든다. DL이앤씨는 현금성 자산이 차입금보다 많은 ‘순현금’ 구조를 유지하며 건설사 중 가장 견고한 재무 건전성을 보여준다. 2024년 서대문역 인근 DL그룹 본사 사옥 매각 등을 통해 현금을 확보해 부채비율을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추었다. 유사하게 GS건설은 자회사 지분 매각 등을 통해 현금을 마련했다. 이들 주요 건설사의 뼈를 깎아(자산 유동화) 만든 현금은 남아 있는 불확실성을 버틸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출처 – DART 벽산엔지니어링 2024년 연결감사보고서>
이와 반대로 장부상 이익과 현실의 괴리를 견디지 못한 중견 건설사들은 지난해 이때쯤(2025년 3월) 줄줄이 무너졌다. 2024년 결산을 제대로 마무리 못하고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후 법정관리(회생절차)에 돌입한 건설사의 재무제표는 처참하다. 대저건설과 벽산엔지니어링은 2024년 말 기준 자본총계가 각각 -173억원, -892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신동아건설은 당기순손실 1819억원, 1.4조원에 달하는 우발채무(PF 보증 등) 부담을 견디지 못했다. 부채총계 8327억원인데 자본은 불과 42억원으로 부채비율이 428%에서 무려 1만9826%로 치솟았다. 삼정기업 역시 공사미수금 미회수로 인해 금융기관 차입금 연장이 지연되며 유동성이 고갈되었고 당기순손실 880억원을 기록하며 무너졌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모두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수백억 원대 적자를 기록하며 실질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건설사의 위기는 대개 비슷한 순서로 진행된다. 1979년 설립된 벽산엔지니어링 2024년 재무제표는 매우 전형적 흐름을 보여준다. 매출은 3273억원에서 1884억원으로 42% 감소하고 대손상각비 712억원이 반영되며 영업손실 882억원, 당기순손실 1266억원이 2024년 한 해 몰아친다. 시작은 매출은 줄고 공사비용이 증가한다. 건설자재와 인건비 등이 상승해 기존 원가로는 짓는 게 적자인 상황이다. → 발주사는 공사진행률에 따라 청구한 매출채권을 처리해주지 않는다. → 장부상 이익을 지우고 비용(대손상각) 처리하는데 → 대규모 당기순손실까지 추가되어 이익잉여금을 파먹는다. → 은행이 제일 먼저 알아보고 금융 압박(대출 상환 요구, 이자 상승)을 가한다. → 결국 자본잠식에 빠지면 부도를 피하기 위해 법원의 도움(회생절차)을 청한다.

<출처 – DART 계룡건설 2024년 사업보고서>
앞서 언급한 벽산엔지니어링, 삼정기업의 사례도 미청구공사로 인한 대손상각비가 위기의 결정적인 요소다. 반면 미청구공사를 줄이고 원가관리로 극적인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중견 건설사는 생존한다. 금호건설과 동부건설은 2024년 각각 1818억원, 969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철저한 이익구조 개선을 통해 2025년 가결산 기준 각각 458억원, 60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동부건설은 264%에 달했던 부채비율을 197%까지 끌어내리며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했다. 계룡건설과 코오롱글로벌은 현금흐름 관리에 빛을 발했다. 계룡건설은 2025년 3분기 미청구공사를 감소시키는 등 967억원의 영업활동현금흐름 순유입을 기록하며 약 5194억원의 풍부한 현금 잔고를 확보했다. 코오롱글로벌 역시 미청구공사 규모를 2023년 말 3005억원에서 2025년 3분기 2695억원으로 지속 축소하며 리스크를 통제하고 있다. 다만 흑자 기조를 유지 중인 한신공영의 경우 특정 사업장(간석성락 주택재개발)의 공사 지연 때문에 미청구공사가 3분기에 1014억원으로 단기 급증한 점은 2026년에도 관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상장사는 2번의 분기보고서와 1번의 반기보고서를 공시한다. 3월, 6월, 9월 기준의 재무제표를 확인할 수 있는데 4분기 10~12월 숫자는 사업보고서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비상장사는 결산 때 외에는 알 도리가 없다. 건설사 중에서도 상장사는 작년 3분기 보고서를 통해 그나마 추측을 해볼 수 있지만 비상장사는 얼마나 더 어려워졌는지 3월 말이 지나야 공개된다.
2024년 말에 누적되었던 미청구공사가 손실 폭탄으로 돌변했는지, 미분양이 늘고 공사현장의 문제점으로 ‘총공사예정원가’가 급증했는지 최종 감사보고서가 나와야 확인할 수 있다. 2026년은 살아남은 강한 건설사가 재기하는 해가 될 것이다. 비단 건설업뿐만 아니라 정부는 한계기업을 정리하려는 등 강력한 정책적 의지로 시장의 질적 재편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미 혹독한 과정을 밟은 건설사들은 3월 감사보고서 ‘적정’을 통과한 이후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다. 만약 장기적인 안목으로 건설사 투자를 고려한다면 1분기 보고서의 숫자를 확인하자. 건설업 재무제표는 겉으로 보면 화려하다. 위기 직전에도 수주잔고는 두툼하고 매출도 유지된다. 그러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전환되고 이자보상배율이 1배 아래로 내려가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여름까지 좋던 회사가 결산을 마칠 때 사이렌을 울릴 수 있다. 숫자는 늘 먼저 움직인다. 건설사의 위기를 읽는 방법 역시 달라져야 한다. 단순한 매출 감소 여부가 아니라 현금흐름의 방향, 미청구공사의 누적 규모, 그리고 감사보고서 공시 시점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다. 그 숫자를 끝까지 지켜본 투자자만이 다음 사이클에서 살아남은 건설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건설사, 유동성 점검하려면
①미청구공사의 ‘질(Quality)’과 매출 대비 비중을 분석하라. 건설업의 ‘블랙홀’인 미청구공사는 양날의 검이다. 미청구공사가 단순히 많다고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누적치가 현금화되지 못하는 수준인지 체급(매출) 대비 검증하면 좋다. AI 프롬프트에 “○○건설사의 최근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미청구공사÷매출액] 비중을 계산해 줘. 만약 이 수치가 30%를 넘으면 원인을 찾아줘.” 또는 ②“현금성 자산이 부동산 PF 우발채무를 방어할 수 있는 수준인가”를 묻자. 작은 건설사는 부동산 PF를 현금 부족으로 막지 못해 위기가 시작된다. 상기 2개의 질문을 통과한 건설사라면 충분히 2026년을 버틸 힘이 있는 곳이다.
※상기 글은 해당 회사의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를 참고해 작성한 내용입니다. DART(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재무제표 읽기’를 통해 기업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이승환 재무제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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