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 현장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3개 이상의 법안에 의한 중복 처벌 우려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징금 기준이 ‘영업 이익의 5%’와 ‘매출액의 3%’ 등 실적과 연동돼 있어 흑자를 낸 기업일수록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건설안전특별법안(건안법)이 심사되고 있다. 안전관리 의무를 소홀히 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1년 이하 영업 정지 또는 매출액의 3% 이내, 최대 1000억원 범위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매출이 없거나 산정이 어려운 중소형 건설사는 10억원 이내로 한도를 뒀다.
비슷한 취지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 기후에너지환경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건안법 논의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산안법은 산재로 연간 3명 이상 사망하면 영업이익 5% 안에서 과징금을 부과하고, 적자이거나 산정이 곤란한 경우에는 30억원 이내로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업계에서는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더해 건설 사망사고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유사 법안이 잇따라 나오는 데 대해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지난 10일부터는 하청 노동자의 원청 교섭권을 확대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도 시행에 들어갔다.
산안법과 건안법은 수익 구조에 따라 더 많은 과징금을 내게 돼 있는 점도 우려 대목이다. 2022~2024년 매년 3명씩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고 가정할 때 2년간 산안법에 따른 과징금은 600억원 규모다. 여기에 건안법까지 적용하면 3년간 최대 3000억원이 더해질 수 있다. 두 법이 공동 적용되면 과징금 규모가 최대 3600억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
매출액의 3% 이내 과징금을 부과하는 건안법의 경우 기업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는 규모다. 2024년 건설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은 3.15%였다. 중소업체는 30억원 이내 과징금이라도 치명적일 수 있다. 지난해 전체 종합건설사업자 1만7188개 중 86.9%(1만4880개)가 영업이익 5억원 미만이다.
각종 행정처분에 대한 중복제재도 우려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 현장에서 중대재해 1건 발생 때 부과될 수 있는 주요 행정처분은 등록말소를 포함해 영업정지, 입찰참가제한, 부실 벌점, 과징금 등 5개에 달한다. 건설산업기본법, 건설기술진흥법, 국가·지방계약법 등에서도 관련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과징금 등 행정처분이 중첩적으로 내려질 경우 대규모 실업과 국책사업 차질, 주택공급의 지연 등 연쇄적인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건설사고는 다양한 구조적 원인이 복합 작용하는 특성이 있다”며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사고 조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조사의 독립성도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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