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급등한 원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이 사상 최대 규모 비축유를 시장에 내놓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IEA 32개 회원국 관계자들은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비축유 방출 규모를 논의했다. WSJ는 방출량이 이전 최대 규모인 2022년의 1억8270만 배럴을 넘어설 것으로 분석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IEA 전체 비축량(약 12억 배럴)의 25~30%인 3억~4억 배럴을 방출 규모로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비축유 방출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폐쇄돼 원유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조치다.
지난 9일 배럴당 119.48달러까지 치솟은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비축유 방출 소식에 10일(현지시간) 배럴당 81달러 선으로 떨어졌다.
IEA "이번 방출은 단기 대응수단"…산유국들, 내달 추가 증산하기로
11일 외신에 따르면 IEA의 비축유 방출 규모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IEA 회원국은 두 차례에 걸쳐 총 1억8270만 배럴에 달하는 비축유를 방출했다. 이번에는 두 배 수준인 4억 배럴에 이를 수 있다고 업계는 예상한다.국가별 방출 규모는 별도 논의를 통해 정해진다. 보통 IEA는 글로벌 석유 소비 비중에 비례해 방출 규모를 정했다. 2022년에는 미국이 전체의 49.5%인 9060만 배럴을 방출했다. 이어 일본(2250만 배럴), 한국(1165만 배럴), 독일(970만 배럴), 프랑스(790만 배럴) 등의 순이었다.
4억 배럴을 방출할 경우 2022년의 국가별 비중을 그대로 반영하면 미국은 1억9830만 배럴을 부담해야 한다. 미국 비축유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한국은 2550만 배럴로 예상된다. 이번에는 미국 비중이 축소되고 다른 국가들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미국 전략비축유 판매를 다른 국가들의 석유 방출과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도 IEA와 비축유 방출 규모를 논의하고 있다.
경로에 따라 비축유가 시장에 풀리는 시점도 달라진다. 의무 비축 완화분은 법적 의무가 줄어들고 며칠 안에 유통이 가능하다. 하지만 공공 비축은 입찰 공고와 낙찰, 선적, 운송, 도착 과정 등을 거쳐야 한다.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린다. 2022년 방출 당시 공공 비축 중심인 미국은 첫 번째 공공 비축 방출 공고가 3월 초에 나왔고, 인도는 5월 말에야 이뤄졌다. 유럽 등 산업 의무 비축을 많이 활용하는 국가는 법령 및 행정명령으로 보유 의무를 낮춰 더 빨리 시장에 풀었다.
비축유 방출 효과는 바로 나타날 전망이다. 2022년에도 미국 행정부의 비축유 방출 발표 직후 미국 내 원유 가격은 하루에 7% 급락했다.
산유국들은 원유 생산 확대 등으로 유가 급등에 대응하기로 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8개 핵심국은 오는 4월부터 하루 20만6000배럴을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호르무즈해협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홍해 연안 얀부로 수출을 돌리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전날 “브렌트유 가격이 두 달 넘게 배럴당 95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EIA는 유가가 올해 3분기 배럴당 80달러 아래로 떨어진 뒤 연말까지 배럴당 70달러 언저리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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