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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로 나프타 못 구한다"…亞석화기업 줄줄이 '공급불가 선언'

입력 2026-03-11 17:57   수정 2026-03-11 20:02

아시아 석유화학 기업들이 고객사에 “제품을 제때 공급하지 못할 수 있다”고 잇달아 통보하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나프타 공급이 사실상 막혔기 때문이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공급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자 섬유, 포장재, 건설자재, 자동차 등 산업 전반이 타격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본지 3월 7일자 A1, 5면 참조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태국의 주요 석유화학 기업 6곳이 고객사에 제품 공급 중단 가능성을 알리며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전쟁 이후 불가항력을 선언한 아시아 석유화학 기업들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총 706만5000t에 달했다. 글로벌 생산능력의 3% 수준이다.

불가항력 선언은 전쟁 등 외부 요인으로 제품 공급 계약을 이행하기 어려울 때 책임을 면제받기 위한 선제 조치다. 석유화학 기업은 고객사에 필요한 물량을 제때 공급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즉시 이를 통보해야 한다.

지난 3일 인도네시아 석유화학 회사 찬드라아스리(에틸렌 연간 생산능력 90만t)가 가장 먼저 공급 불가를 선언했고, 다음 날인 4일 국내 최대 단일 에틸렌 생산 기업 여천NCC(연간 181만5000t)가 그 뒤를 이었다. 5일에는 PCS(110만t·싱가포르)와 CSPC(120만t·중국)가, 6일에는 아스터(115만t·싱가포르)와 ROC(90만t·태국)가 공급 차질 가능성을 통보했다. 10일에는 롯데케미칼과 LG화학까지 일부 제품에 대해 주요 고객사에 조만간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아시아 석유화학 기업 대부분이 중동산 나프타에 의존하는 만큼 호르무즈해협이 다시 열리지 않는 이상 불가항력 선언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만 놓고 봐도 전체 나프타 공급의 4분의 1가량이 사실상 끊겼다.

롯데케미칼 등 아직 불가항력을 선언하지 않은 국내외 기업은 공장 정기보수 일정을 앞당기거나 가동률을 낮추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나프타 공급 제한으로 에틸렌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자 주요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일제히 오르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정면충돌 이후 나프타는 27.9%(지난달 27일 t당 614달러→이달 6일 785달러) 뛰었으며 에틸렌은 26.5%(735달러→930달러), 폴리프로필렌(PP)은 17.2%(850달러→996달러), 스티렌모노머(SM)는 13.6%(955달러→1085달러) 상승했다.

한편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따른 중동발 물류 대란도 현실화하고 있다. 중동 전쟁 이후 신규 물량을 받지 않은 HMM은 이날 화주에게 아라비아만, 홍해, 아프리카 동부 해역을 포함한 중동 항로 화물 신규 예약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대한항공이 인천~두바이 노선 운항 중단을 28일까지로 연장하기로 하면서 항공 화물도 당분간 운송이 어려워졌다.

김진원/신정은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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