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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1호 피하자"…노조 공세에 몸사리는 기업

입력 2026-03-11 17:37   수정 2026-03-11 23:53


개정 노조법이 시행된 첫날에만 407개 하청노조가 원청 221곳에 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화오션 포스코 등 5개 원청은 하청 노조와 교섭 절차를 개시했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노란봉투법 1호 분쟁 사업장’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위해 사용자성 판단을 최대한 뒤로 미루는 분위기다. 반면 노동계는 사용자성 판단의 속전속결을 압박하고 나섰다.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 매뉴얼도 현장에서 힘을 잃는 분위기여서 노사 갈등이 격화할 조짐을 보인다.
◇하청발 교섭 요구 봇물…민주노총 주도
11일 고용노동부는 개정 노조법이 시행된 지난 10일 221개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407개 하청노조(조합원 8만1600명)가 단체교섭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상급단체별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357개 하청 노조(조합원 6만7200명)가 218개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이 중 전국금속노조가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한국GM 등 16개 원청을 상대로, 건설산업연맹은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90개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하청 근로자 비중이 낮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포스코 쿠팡CLS 서울교통공사 등 9개 원청을 상대로 42개 하청 노조(9200명)가 교섭을 요구했다.

개정 노조법과 시행령 등에 따르면 하청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원청 기업은 먼저 ‘교섭 요구 사실’을 사업장에 공고해야 한다. 이후 여러 하청 노조가 참여하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 대표 노조를 정한다.

시행 첫날 교섭 요구를 받은 즉시 공고 절차에 들어간 기업은 한화오션 포스코 쿠팡CLS 부산교통공사 화성시 등 다섯 곳에 그쳤다. 노동계 관계자는 “교섭요구 사실을 바로 공고했다는 것은 하청노조와의 교섭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원청 “1호 사건 안 돼”…노조 “즉시 판단”
대부분 기업은 신중한 태도다. 원청이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를 바로 거부하면 하청노조가 노동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노동위가 원청이 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사용자성)를 판단하는 절차를 밟는다.

한 대기업 소속 공인노무사는 “일단은 사용자성 판단을 피하기 위해 교섭요구 공고 절차는 진행하되, 나중에 교섭단위 분리 절차 때나 법원에서 다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분쟁을 최대한 뒤로 늦춰 노란봉투법 분쟁 1호 사업장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했다.

하청노조들은 사용자성 판단을 빨리 받겠다는 전략을 폈다. 이날 노동위에는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 31건 접수됐다.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하면 노동위가 즉각 원청이 하청노조의 사용자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노동계 관계자는 “교섭요구 공고 등 창구 단일화 절차를 생략하고 사용자성 판단을 바로 이끌어내려는 패스트트랙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이미 사용자성 판단 기준을 둘러싼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노동계에 따르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구내식당과 수송·세탁 업무를 담당하는 협력업체 웰리브 노조가 한화오션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고용노동부는 매뉴얼에서 청소·급식을 담당하는 경영지원협력사에 대한 작업 장소 배정 등 지시는 ‘사용자성’의 증거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매뉴얼이 현장에서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노사 모두 법적 판단을 받아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법 시행 직후부터 노동계는 대규모 집회를 통해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며 “노동계는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된 범위를 벗어난 무리한 요구를 내세우거나 이를 관철하기 위한 불법행위를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곽용희/김형규/김보형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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