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기금 운용 원칙에 ‘공공성’을 명시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를 의무화하는 국회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이 수익성 훼손 우려를 이유로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내며 향후 입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11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 심사참고자료에 따르면 복지부와 국민연금은 국민연금기금 운용 원칙에 공공성을 명시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나란히 ‘신중 검토’ 의견을 냈다. 해당 문건은 12일 열리는 법안심사제2소위를 앞두고 위원들에게 배포됐다.
이번 소위에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외 7명이 각각 발의한 국민연금법 개정안 8건이 상정된다. 핵심은 기금 운용 원칙에 공공성 명시, ESG 투자 의무화, 기금 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 관리 등이다. ‘수익의 최대 증대’ 원칙에 공공성 유지 조항을 추가하고 ESG 요소를 의무적으로 고려하도록 했다. 연기금의 시장 영향력이 커진 만큼 공적 책임을 법률로 분명히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복지부는 심사자료에서 “기금 관리·운용 목적은 국민연금 재정의 장기적 안정 유지를 위한 수익의 최대 증대”라며 공공성을 법상 운용 목표로 규정하는 데 부정적 의견을 냈다. 국민연금 역시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법률에 명시할 경우 기금 운용의 기본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ESG 투자 의무화에도 정부와 국민연금은 신중론을 폈다. 의무 규정이 되면 투자 전략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기금 운용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대체투자에 대한 책임투자 근거를 명확히 하는 방향에는 일부 공감했다.
정치권에서 이 같은 입법이 잇따르는 건 국민연금의 규모가 커져서다. 전체 운용자산 규모가 1600조원을 넘어서면서 시장 영향력이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해졌다. 국회 안팎에서는 “거대 연기금의 공적 책임을 법률로 더 분명히 해야 한다”는 주장과 “국민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만큼 ‘수익률 중심’ 원칙이 흔들려선 안 된다”는 반론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법안소위 단계에서 정부와 국민연금이 사실상 수용 불가 의견을 낸 만큼 향후 전체회의와 본회의 과정에서도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공적 기금인 것은 맞지만 결국 국민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투자기관”이라며 “정책적 목적을 법률로 과도하게 묶으면 기금 운용의 자율성과 장기 수익률 모두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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